경찰 지휘부, 대통령실 인근 집회·시위에 인력 집중
이태원 인파관리 계획 안 세워···현장 출동도 1회만
용산구는 전쟁기념관 담벼락 집중···현장 파악 못해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합동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경비 인력이 충분히 배치되지 않은 데에는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영향을 미쳤다는 감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 인근의 윤석열 전 대통령 비판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해 사고 예방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인근 집회 관리를 위한 경비수요 증가를 가져왔고, 이로 인해 이태원 일대에는 참사 당일 경비 인력이 전혀 배치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합동감사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경찰, 서울시청, 용산구청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5월 대통령실이 서울 종로구에서 용산구로 이전한 후 10월까지 인근 집회·시위는 총 921건으로, 전년 동기(34건) 대비 26.1배 증가했다.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지휘부는 대통령실에 우선순위를 두고 경비인력을 운용했다. 참사 당일에도 삼각지 일대 집회·시위 현장에 경비인력을 집중 배치했고 이태원에는 배치하지 않았다. 용산경찰서는 2020~2021년 핼러윈데이에 대비해 ‘이태원 인파관리 경비계획’을 수립했지만 참사가 발생한 2022년에는 수립하지 않았다.
참사는 10월29일 오후 10시15분 발생했지만 김광호 당시 서울경찰청장은 다음날 오전 0시25분에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고 오전 1시19분까지 윤희근 당시 경찰청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은 대통령실 인근 집회·시위가 오후 9시5분쯤 끝났지만 교통 정체로 오후 11시5분에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다. 도착 이후에도 파출소에만 머물러 현장 지휘 공백 상태를 만들었다.
이태원파출소는 참사 발생 전 압사 위험 신고 11건에 대해 현장 출동 명령을 받았지만 1회만 출동했다. 112시스템에는 출동 후 조치한 것처럼 허위로 입력했다. 합동감사 TF는 경찰 소속 51명, 서울시·용산구 소속 11명 등 62명에 대해 책임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합동감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사회적 참사 유족을 만났던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행사에서 3년인 징계 시효가 지나기 전에 감사해달라는 이태원 참사 유족의 요청을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용산구청에 대한 감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사원도 이날 이태원 참사 감사 결과를 발표해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해 “재난관리책임자로서 기대되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오후 10시51분에야 상인연합회 문자메시지를 받고 상황을 인지했고 오후 10시59분 현장에 도착했다. 서울소방본부 회의에도 참여하지 않은 채 용산구청에 복귀해 다음날 오전 1시에야 지역대책본부 회의를 진행했다.
특히 감사원은 박 구청장에 대해 “인파 밀집으로 사고 위험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전쟁기념관 담벼락에 붙은 (윤 전 대통령 비판) 시위 전단지 제거 작업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오후 8시40분쯤 ‘이태원에 차량과 사람이 많아 복잡하다’는 민원 전화를 받고 현장 출동을 준비 중이던 당직실 직원들이 전단지를 수거했다. 감사원은 “결과적으로 용산구 당직실에서 이태원 일대 현장 상황 파악 활동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참사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김광호 전 청장과 박희영 구청장 등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이임재 전 서장만이 금고 3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의 2심 재판은 10·29이태원참사특별조사위원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중지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