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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규칙을 만들어 보자

입력 2025.10.23 19:52

수정 2025.10.2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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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불은 석가모니 붓다의 10대 제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지혜가 뛰어난 수행자였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붓다의 제자는 아니었다. 사리불은 친구 목건련과 함께 산자야라는 수행승의 제자로 그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스승의 가르침에 만족하지 못했고, 깨달음과 해탈로 이끌어 줄 참된 스승을 간절히 찾고 있었다.

어느 날, 사리불은 탁발하러 마을로 갔다가 유난히 맑은 기운을 지닌 한 수행승을 보았다. 사리불은 물었다. “당신의 스승은 누구이며, 그분 가르침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그 수행승은 자신이 붓다의 제자 앗사지 비구라 밝히며 말했다. “나의 스승께서는 ‘모든 법은 원인에 의해 생겨나고, 원인이 다하면 사라진다. 이것이 위대한 사문의 가르침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을 들은 사리불은 전율했다. 그는 곧 목건련에게 이 말을 전했고, 둘은 산자야를 따르던 250명의 동료들과 함께 붓다의 승단에 귀의했다.

이 일화의 의미는 단지 붓다의 위대함이나 제자들의 개종에 있지 않다. 핵심은 사리불의 남다른 시선과 경청의 태도다. 그는 일상적 풍경 속에서 단정하고 고결한 수행자의 낯선 기운을 알아보았다. 평범한 나날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겸허하게 물었기에 깨달음에 이를 수 있었다.

흔히 인문학을 ‘익숙한 것을 낯설게, 낯선 것을 익숙하게 만드는 연습’이라 한다. 낯선 것은 곧 내 삶의 경계 밖의 다른 모습이며, 그것을 열린 마음으로 기꺼이 받아들이는 태도가 곧 인문적 삶이다. 사람은 낯선 경험 속에서 비로소 깊이 생각하게 된다. 한겨울 수도관이 얼어 물이 나오지 않을 때 우리는 물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고난과 고립 속에서 친구가 내 일처럼 도와줄 때, 우리는 관계의 귀함을 새삼 느낀다.

“낯선 사람들을 보고 세상 사람들을 존귀하게 보게 되었다”는 어느 스님의 고백이 있다. 조계종의 스님들은 매년 의무 연수를 받는다. 경학 심화, 인문, 복지시설 연수다. 그 스님은 별 기대 없이 장애인 복지관에서 조리와 배식, 청소 봉사를 했다. 그러나 사흘의 봉사 후 세상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늘 받던 공양에서 벗어나 음식을 해주는 입장이 되자 밥과 반찬, 사람들의 얼굴이 새삼 다르게 보였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우면서도 환한 얼굴로 봉사하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

스님은 그 모습을 보고 자신이 누리고만 살아왔음을 부끄럽게 느꼈다. 봉사라는 낯선 규칙 속에서 그는 자신의 허물과 세상 사람들의 고마움을 동시에 깨달았다. 이후 그는 ‘내가 서 있어야 할 곳은 세상의 낮은 자리’임을 알고, 하심과 공경의 마음으로 봉사할 때 가장 평온하고 기쁨이 넘친다고 고백했다. 익숙한 것이 새로워지고 낯선 것이 다정하게 다가올 때 우리는 틀을 벗어나 활력이 생긴다. <금강경>의 핵심은 이렇다.

“그 무엇에도 갇히거나 얽매이지 말고, 마주하는 사람과 일에 기꺼이 마음을 내라.”

푸코는 익숙한 질서의 해체 속에서 사유의 공간이 열린다고 했고, 들뢰즈는 사유는 만남과 충격 속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라캉은 인간은 언어가 구축한 ‘상징 질서’ 속에서만 사고하고 욕망한다고 보았다. 그 속에서 계급과 차별을 정당화하는 언어가 내면화된다.

결국 인간의 굴레란 편견과 고정된 사고의 반복이다. 우리는 익숙한 환경과 가치관에 갇혀 살아간다. 알고리즘의 굴레는 유튜브에만 있지 않다. 다양성의 시대 같지만, 실제로는 안이한 범주 안에서만 수많은 변주가 반복될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익숙한 영역을 넘어 낯선 규칙 속으로 건너가 새롭게 사고하고 실천해야 한다. ‘사는 대로 생각할 것인가, 생각하며 살아갈 것인가’는 결국 각자의 몫이다.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평상시의 마음이 경박했음을 알았네. 침묵을 지킨 뒤에야 지난날의 언어가 소란스러웠음을 알았네.” 명나라 문인 진계유의 시 ‘뒤에야’의 일부다.

지금 당장 낯선 규칙을 만들어 보자. 그곳에서 고요한 깨침이 피어날 것이다.

법인 스님 | 화순 불암사 주지

법인 스님 | 화순 불암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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