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처음…당초 11월4일
이배용 등 수사에 “폐지를” 빗발
매관매직, 정교유착 문제로 논란을 빚어온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가 올해는 열리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온라인으로까지 열렸던 이 기도회가 열리지 않는 것은 50년 만에 처음이다.
정재원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 사무총장은 23일 기자와 통화하며 “올해는 기도회가 개최되지 않는다”면서 “내부적으로 잠시 논의가 되기는 했으나 구체적으로 진행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당초 기도회는 오는 11월4일로 계획됐으며, 이재명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가조찬기도회는 본질이 훼손되고 정치선전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아오면서도 꿋꿋이 이어졌다. 1966년 박정희 정권 시절 ‘대통령 조찬기도회’로 발족된 이 행사는 1968년 1회 기도회를 시작으로 본격화했다. 1980년에는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잡았던 전두환 당시 국보위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를 열면서 독재정권 찬양에 앞장서 지탄의 대상이 됐다.
민주화 이후 맹목적인 정권 찬양 양상은 사그라들었지만 이 행사의 정치적 무게와 의미는 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회 행사에 참석한 이후 보수·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역대 모든 대통령은 이 기도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소망교회 인맥을 인재풀로 활용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도회에 참석해 바닥에 무릎 꿇고 기도하는 모습으로 종교편향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윤석열 정부 몰락과 맞물려 이봉관 회장과 이배용 부회장 등 조찬기도회 회장단이 매관매직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폐지 요구가 빗발치던 상황이었다. 기도회 회장인 이 회장 사위는 2022년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발탁됐으며, 이 부회장은 같은 해 국가교육위원장에 임명된 바 있다. 이 회장과 이 부회장은 부정청탁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됐다.
교계 관계자는 “회장과 부회장 모두 이 문제를 놓고 사퇴 의사를 밝히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면서 “폐지든 전면적인 쇄신이든 책임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