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담은 기계
정수근 지음 심심 | 312쪽 | 2만원
인공지능(AI)만 있으면 뚝딱 리포트를 써내고, 그림과 음악을 창조해내는 시대다. 도깨비방망이가 따로 없지만, 왠지 마음이 불편하다. AI는 우리를 똑똑하게 만드는 걸까, 바보로 만드는 걸까.
MIT 미디어랩 연구진은 사람이 직접 쓴 글과 AI의 도움을 받아 쓴 글을 비교했다. 스스로 쓴 글은 개성 있었으며, AI를 활용한 사람들은 뭘 썼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글을 쓸 때 우리는 정보를 떠올리고 통합해 구조화하는 복잡한 인지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뇌의 여러 영역이 이어지고 활성화된다. AI를 활용해 글을 쓸 땐 뇌의 활성화도가 낮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연구진은 고등학생들이 AI를 활용해 수학 공부를 할 수 있을지 실험했다. 한 그룹은 AI에게 정답까지 받았고, 다음 그룹은 힌트와 피드백만을 받았다. 마지막 그룹은 스스로 문제를 풀며 공부했다. 이후 시험에서 첫 그룹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두 번째 그룹은 스스로 공부한 그룹과 비슷한 성과를 냈다. AI가 “학생의 사고를 유도”한다면, 효과적인 학습 보조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AI에게 주도권을 넘기고 수동적이 되는 순간 인간의 인지기능은 저하된다. 이는 오래전의 ‘수학 시간 계산기 허용’ 논란과 일맥상통한다. 이미 연산을 충분히 익힌 아이들에겐 계산기가 득이 되지만, 연산 기술을 제대로 훈련하지 않은 아이들에겐 독이 된다.
인지심리학자로서 인간의 뇌와 마음의 작동 과정을 연구해온 저자는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등 11가지 질문을 통해 최신 연구의 흐름을 정리했다. AI와 함께 자라는 요즘 아이들에게 어떤 AI 리터러시(문해력)가 필요한지도 탐구한다. 그는 AI가 “인간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AI를 인간을 연구하는 도구로, “인간이 답을 찾는 과정을 도와주는 도구”로 쓰자고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