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여론조사 조작 대가로 오세훈 서울시장으로부터 아파트를 받기로 했다고 폭로했다. 지난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실이라면 매우 충격적이다. 형사 처벌은 당연하고, 오 시장의 정치 행보도 중대 분기점이 될 사안이다.
이날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명씨는 이른바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과 관련해 오 시장과 진실 공방을 벌였다. 의혹의 요지는 오 시장이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로부터 미래한국연구소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받았고, 이 과정에서 오 시장의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씨가 미래한국연구소의 실무자였던 강혜경씨 계좌로 3300만원 상당을 대납했다는 것이다.
명씨 증언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명씨에 따르면 오 시장과의 만남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주선했다. 명씨는 7번의 만남 가운데 ‘청국장집’을 제외한 6번 모두 김영선 전 의원이 동석했다고 주장했다. 명씨는 그 증거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명씨는 “(수사가 진행되자) 김영선 의원이 ‘내가 내 손으로 오세훈을 잡아넣는구나’ 하며 울었다”고도 했다. 명씨는 오 시장의 여론조사 의뢰 경위도 설명했다. 명씨는 “2021년 1월 22일에 장복터널을 지나고 있는데 오세훈이 울면서 전화를 했다. 당시 운전자는 김태열(전 미래한국연구소 소장)이었다. 전화를 걸어와서는 ‘나경원(당시 서울시장 후보)이 이기는 것으로 여론조사가 나오는데,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했다. 아파트를 대가로 받기로 했다는 명씨 발언은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세훈이 반대급부를 제시했느냐”고 묻자 명씨는 “아파트를 사준다고 했다”며 “오늘도 집사람이 (오 시장에게) 아파트 키(열쇠)를 받아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명씨는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너무 서운하다. 그렇게 도와줬는데 저를 사기꾼으로 모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오 시장과 명씨는 도대체 어떤 사이인가. 김 전 의원은 이들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한 것인가. 오 시장은 명씨의 증언에도 “명씨에게 도움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일절 받아본 적이 없으며, 따라서 비용 대납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두 사람의 만남 횟수를 놓고도 오 시장은 2번이라고 했다. 오 시장과 명씨 둘 중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 시장과 명씨는 다음달 8일 김건희 비리를 수사하는 민중기특검팀에 나란히 출석한다. 오 시장은 이날 국감 중에 사실관계에 대한 발언은 자제하겠다 했고, 특검팀은 내달 출석한 두 사람의 대질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검은 오 시장과 명씨의 부정한 거래 의혹 진상을 규명하고, 위법 행위와 관련자는 전원 엄벌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이 2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5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동안 증인으로 출석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웃음을 짓고 있다. 정효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