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경주 지하수조 질식사고’ 조사 착수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5일 지하 수조 밀폐사고가 발생한 경주 아연가공업체 현장을 찾은 모습 (제공=고용노동부)
경북 경주의 아연 가공업체에서 발생한 질식 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태에 빠졌다. 올해 들어 15명이 질식 사고로 사망하자 노동 당국은 “기초 안전수칙 미준수에도 강제수사를 적극 활용하겠다”며 엄정 대응 기조를 밝혔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기초 안전수칙만 지켜도 예방할 수 있는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한다”며 “노동부는 그간 대형사고 위주로 강제수사를 활용했으나, 향후에는 기초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거나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도 압수수색, 구속 등 강제수사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날 오전 경북 경주 소재 아연 가공업체 지하 수조에서 작업하던 4명이 질식으로 쓰러져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졌다. 사고를 당한 작업자들은 외주업체 소속 40∼60대 근로자들로, 지하 수조 내 암모니아 저감 설비 설치를 위한 배관 공사에 투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작업자 1명이 보이지 않자 다른 3명이 찾으러 수조에 내려갔다 함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노동부, 산업안전공단, 가스공사 등과 함께 오는 27일 합동 감식을 실시할 예정이다. 관계 기관들은 이날 시간대별로 지하 수조 내 유독가스 농도를 확인하는 등 합동 감식에서 앞서 사고 원인 규명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일어난 밀폐공간 질식 사망사고는 이번 사고를 포함해 9건으로, 총 15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전 위험성평가와 같은 안전수칙 미준수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발생한 밀폐공간 질식 사망사고 14건 중 12건(85.7%)은 작업 전 산소·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하지 않아 발생했다.
김 장관은 “질식사의 특징은 복수(의 노동자)가 돌아가신다는 점이다. 어떤 유해 인자가 있는지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현장에 작업자가 투입되고, 사고자를 구출하기 위해서 들어갔던 또 다른 동료가 연이어 사망하게 된다”며 “작업 현장의 위험요소를 가장 잘 아는 원청이 하청과 함께 위험성평가를 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노동부 장관이 사고 당일 현장을 찾아 수습을 지휘하고, 주말 브리핑을 열어 강경 대응을 공표한 건 이례적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산재와의 전쟁’에도 유사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코 앞으로 다가온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