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6일 서울공항에서 아세안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면서 환송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재명 정부와 한국 외교가 ‘운명의 한 주’를 맞는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오는 31일부터 이틀간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의 참석을 겸해 국빈 방한하면서 한·미(29일), 미·중(30일), 한·중(11월1일) 등 한반도 경제·안보와 국제질서 향방을 가를 담판들이 이어질 예정이다. 한국 외교력을 가늠할 기회와 도전의 무대가 펼쳐지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누차 강조해온 ‘국익을 지키는 실용외교’의 진면목을 보여줄 시기다.
국내 여론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한·미 정상의 관세·안보 담판 결과다. 안보 분야는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와 관련한 문서를 만들 만큼 공감대를 마련했다고 한다. 난제는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의 시기·방법을 놓고 여전히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는 관세협상이다. 통상여건 악화로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 조속한 매듭이 필요하지만, APEC 시한에 맞추느라 협상 타결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이 대통령 다짐대로 “국익에 반하는 합의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막바지 협상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시 주석의 11년 만의 방한으로 마련될 한·중 정상의 만남에선 유연하고 실용적 접근이 중요하다. 동맹국 미국의 불필요한 의구심을 사지 않으면서 사드 배치와 한한령 이후 악화한 한·중관계를 정상 궤도로 돌려놓을 필요가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와의 첫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전임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이 대통령이 다진 한·일 협력 원칙이 온전히 계승되도록 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 세계의 시선은 미·중 간 ‘세기의 담판’에 쏠릴 것이다. 두 정상은 이미 회담을 앞두고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 관세 100% 부과 조치를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극적 돌파구가 마련돼 보호주의와 신냉전 기류가 완화되길 바라는 마음은 전 세계가 한가지일 것이다.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APEC 회원국들 간 협력을 조율하고 국제사회에 유익한 논의 결과가 도출되도록 리더십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번개 만남’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철저한 준비와 빈틈없는 진행으로 초대형 정상외교가 최상의 결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의장국인 한국의 위상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고 한·미, 한·중 사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전기도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과 외교당국자들이 각별한 긴장감을 갖고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줄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