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게이즈’라는 장르가 있다. 영어로 Shoegaze. 신발을 보면서 연주한다는 뜻이다. 음악을 좀 듣는 편이어도 “뭐지?” 싶을 것이다. 슈게이즈는 근 몇년간 한국 인디에서 가장 주목받은 장르다.
최신은 아니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영국에서 짧은 전성기를 누렸고, 이후 소수 장르로 살아남았다. 특징은 다음과 같다. 보컬은 꿈결을 거니는 듯 흐릿하고, 최면적이다. 기타는 소음 다발을 들려주는데 바다처럼 ‘쏴아아’하고 퍼져나가는 동시에 사라진다. 달리 말하면 단단한 중심이 부재한 연주다. 하나의 소실점에 수렴하는 게 아니라 불확실한 시점이 계속 출현하는 음악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슈게이즈는 망치로 내리치듯 강력함을 내세운 남근(男根) 록과 대척에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록의 역사는 곧 남근 록의 역사였다. 구성 멤버 역시 남성이 많았다. 레드 제플린, 딥 퍼플 등 1970년대 클래식 록을 떠올리면 된다. 반면 슈게이즈에는 유독 여성 보컬을 내세운 밴드가 많다. 콕토 트윈스,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 등이 대표적이다.
슈게이즈의 가장 큰 특징은 소리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즉 연주와 보컬 모두 ‘근(根)이 없이’ 무한히 뻗어나가면서 해체되는 음악이다. 따라서 익숙하지 않다면 당황할 수 있다. 대신 슈게이즈는 듣는 이에게 소리를 단지 귀로 감상하는 것이 아닌 몸 전체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요구한다. 자신의 흔적은 덮어버리는 대신 대상의 체험을 강화하고, 증폭하는 것이다.
한국 인디에서는 이상의날개의 ‘스무살’, 로로스의 ‘U’, 파란노을의 ‘아름다운 세상’ 등을 추천한다. 최근 정규 1집을 발표한 스위머스(사진)도 있다. 그들의 곡 ‘Erika’를 요즘 즐겨 듣는다. 지난주 강조한 것처럼 장르에 목매달 필요는 없다. 단 특성 정도는 알면 낯선 음악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