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프면 병원에 간다. 몸이 아픈 상태는 그 자체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심하면 생명을 위협한다. 다행히 현대 의학의 발달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여지는 점점 커진다. 건강한 삶을 누릴 권리가 인간 기본권으로 받아들여진다. 누구나 경제적 형편과 관계없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인식도 확산했다.
우리 사회는 사회연대 원리에 따라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한다. 한국에 거주하는 국민과 일부 외국인은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 보험료를 내고, 필요한 때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다. 보험에 가입할 경제적 여력이 없는 경우에는 의료급여 수급자가 되어 국가 지원으로 치료를 받는다.
이러한 건강권 보장 정책에서 소외된 이들이 있다. 장기 체류자격이 없는 미등록 이주민들이다. 체류자격이 있더라도 정부가 건강보험 가입 시기를 ‘입국 후 6개월’로 제한하면서 입국 직후 치료가 필요한 경우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국민건강보험제도에서 병원이 받는 ‘치료행위 비용’ 즉 건강보험 수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지급하는 금액이다. 가령 1세 소아가 소아청소년과 의원에서 감기로 외래 초진을 받으면, 병원은 공단에 2만4000원가량의 수가를 청구할 수 있다. 건강보험이 없는 미등록 이주아동도 감기로 병원에 가면 약 2만4000원의 진료비를 내면 될까?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많은 병원이 건강보험이 없는 외국인 환자에게 ‘국제 수가’를 적용한다. 국제 수가는 병원이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 공식 통계가 발표된 바가 없으나, 건강보험 수가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주와인권 연구소’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국제 수가는 건강보험 수가의 3~5배에 이른다. 의료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에게 적용하도록 설계된 제도를 미등록 이주민에게까지 동일하게 적용한다. 그 근거는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조이다. 이 규정은 외국인등록이 된 사람을 제외한 외국인들에게 위 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장기 거주 미등록 이주민까지 의료관광객과 같은 수준의 병원비를 부담하게 만든다.
이는 특히 조산율이 높은 미등록 이주여성의 출산과 신생아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조산아가 대학병원 인큐베이터에 들어가면 한 달 치료비가 2000만원을 넘는다. 비용을 내지 않으면 퇴원 조치가 되지 않아, 산모가 아이를 포기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생긴다. 필자가 맡았던 사건 중에도 산모가 아이를 키우려고 했는데도 의료비를 낼 길이 없어 아동을 포기하려 하는 사례가 있었다. 아동의 건강권, 생명권뿐만 아니라 원가정에서 자랄 권리까지 침해하는 것이다. 의료법상 치료 의무에도 미등록 이주민의 치료를 거부하는 병원도 나온다.
장기 거주 이주민에게 의료 관광객용 국제수가 적용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 건강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체류자격이 없는 이들도 적정 의료비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구나 아프면 치료를 받을 수 있고, 병원비로 파산하지 않도록 사회 전체의 연대가 필요하다.
이진혜 이주민센터 친구 상근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