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성소수자는 얼마나 있나요?”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강연 등을 하다 보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공식 국가 통계를 기준으로 한다면 답은 “알 수 없다”이다. 지금까지 국가 차원에서 성소수자 인구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민간 조사를 통해 추정은 할 수 있다. 2023년 글로벌 조사기관인 입소스에서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30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있다. 여기에 따르면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답한 한국의 응답자는 6%였다. 전체 인구의 6%, 총인구 약 5100만명에 대입해 보면 300만명이 넘는다. 규모로 따지면 인천광역시나 부산광역시 인구 수준이다. 살면서 이 두 광역시 출신 사람을 한 번도 안 만나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말 그대로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국가 정책 측면에서 살펴보면 300만명이 넘는 성소수자 인구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국가 차원의 성소수자 인구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노동·교육·보건의료·복지 등 각 영역 정책 실태조사에서도 성소수자 대상 조사는 한 번도 실시되지 않았다.
통계가 없다는 것은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을 마련하고 예산을 편성할 구체적인 근거를 만들 수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4년 대법원에서 판결이 이루어진 동성 동반자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 소송에서 피고인 국민보험공단은 피부양자를 인정하면 재정건전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영향이 있는지는 답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통계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국가 통계와 정책에서 ‘유령’으로 존재하던 성소수자들의 실태를 부분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2025 인구주택총조사’는 함께 사는 가구원이 성별이 같더라도 ‘배우자’ 또는 ‘비혼동거’(함께 사는 연인 등)라고 응답할 수 있다. 5년 전 전차 조사에서는 배우자와 성별이 같은 경우 오류가 뜨며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으나 달라진 것이다. 전차 조사 당시 국정감사 지적과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 개선 권고 사항을 국가데이터처에서 즉각 반영한 결과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러한 변화가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아 서서히 알려졌다는 것이다. 물론 국가 통계에서 계속 배제되어 왔던 동성 배우자, 연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포함했다는 것만으로 그 의미는 크다. 특히 국가데이터처는 언론에 배우자와 성별이 같은 경우 입력을 막는 것이 차별이라는 지적이 있어 개선했다며 이러한 변화가 평등을 위한 조치임을 밝혔다.
나아가 지난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이 이러한 조사가 문제라고 지적하자, 조원철 법제처장은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고 실태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성소수자들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것도 바로 그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성소수자 시민을 정확히 인정하는 것, 낙인과 고정관념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 통계를 수집하고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바로 평등으로 가는 출발점임을 이번 인구주택총조사는 보여줬다.
정부는 이번을 계기로 성소수자의 인구와 구체적 삶의 모습을 파악하기 위한 더욱 적극적인 조사에 나서야 한다. 이미 영국과 캐나다 등지에서는 동성 부부에 한정하지 않고 인구총조사에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질문하며 성소수자 인구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2030년에 이루어질 차기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동성 배우자를 넘어 성소수자의 존재를 온전히 확인하는 문항이 도입되기를 바란다.
성소수자는 여느 시민들과 함께 교육받고, 노동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이 당연한 삶을 인정하기 위한 첫걸음을 환영하며, 이 변화가 성소수자의 삶을 반영한 제도 마련으로 이어지기 바란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