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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통해 드러난 배터리의 중요성…이젠 안전성에도 집중해야

입력 2025.10.26 20:53

수정 2025.10.2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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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미래전략실장

지난달 말, 대전에 있는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정보시스템 등을 담당하는 핵심 데이터센터에서 일어난 사고였던 만큼 파장은 컸고, 수많은 공무원과 시민이 불편을 겪었다. 이 사고는 단순한 화재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배터리 의존성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조사 결과, 화재는 무정전 전원장치(UPS)에 사용하던 리튬이온 배터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충전율이 높고 불안정했던 배터리에서 열폭주가 발생했고, 해당 제품은 수명이 경과해 1년 전 교체 권고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리튬이온 배터리는 반복적인 충·방전에도 성능 저하가 적어서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널리 활용된다. 그러나 한 셀(cell)에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온도가 제어 불가능한 수준으로 상승하고, 주변으로 연쇄 확산하는 열폭주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진화가 쉽지 않다.

이처럼 대용량 배터리 화재는 국내에서도 2020년 이후 50건 넘게 보고됐다. 여기에는 전기적·기계적 및 물리적·화학적 요인이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설치 환경의 부적절함이나 운용 과정의 안전 기준 미달도 영향을 준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안전성이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기술을 포기할 수 없다. 재생에너지가 미래 전력 공급의 필수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이를 통한 발전량은 시간과 날씨에 따라서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측 가능한 공급을 전제로 설계된 현대 전력망은 이런 변동성에 취약하다. 발전량이 남을 때 저장하고, 부족할 때 방출하는 ESS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ESS는 전력망과 함께 공진화해야 하는 기술이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지역 단위의 자급형 전력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이다. 재생에너지 전원과 전력망 사이의 매개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해야 하지만, 잇따른 화재 사고는 송전망 포화와 함께 미래 전력망 구축의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 대용량 배터리 기술 개발의 한 축은 위험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향해야 한다. 특히 제어 및 예측 기술과의 결합이 중요하다.

충·방전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인공지능(AI) 기반의 예측 및 관리, 분산 제어, 사이버 보안까지 아우르는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 이를 통해 ESS는 단순한 저장장치를 넘어 지능형 전력 플랫폼의 한 부분으로 진화해야 한다.

물론 안전 기준 강화도 병행돼야 한다. 현재 실시간 모니터링 등 관련 기준이 존재하지만, 기술과 보급 속도에 비해 안전장치 수준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은 언제나 위험을 동반한다. 그 위험을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회의 신뢰를 얻고, 수용과 확산이 가능해진다. 현재의 배터리 기술 역시 불안을 넘어, 미래 전력망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필수적인 고리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런 혁신이 실현되는 내일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미래전략실장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미래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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