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다차원적 불평등지수’ 발표
소득 간극 줄고, 자산 격차는 심화
최근 10여년간 한국 사회의 소득 불평등은 다소 완화됐지만 부동산 등 자산 격차가 커지면서 전반적인 불평등 수준은 되레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다차원적 불평등지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다차원적 불평등지수란 불평등을 한 가지 요인으로만 분석하지 않고, 소득·자산·교육·건강 등 다양한 영역을 두루 반영한 지표다. 국회가 이 지수를 연구·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석 결과, 최근 12년간(2011~2023년) 다차원적 불평등지수는 2011년 0.179에서 2023년 0.190으로 상승해 사회 전반적 불평등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불평등은 다소 완화됐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처분가능소득 지니계수’는 2011년 0.387에서 2023년 0.323으로 하락했다.
“시골 살고 소득 낮을수록 허약”…건강도 양극화 커져
불평등 문제 핵심, 소득보다 ‘자산’
반면 자산 불평등은 2018년 이후 꾸준히 확대됐다. 최근 12년간(2012~2024년)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2년 0.625에서 2017년 0.589로 낮아졌다가 2018년부터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2024년에는 0.616을 기록했다.
특히 2023년엔 자산 격차가 불평등의 핵심 요인으로 떠올랐다. 2011년에는 소득(38.9%)이 다차원 불평등의 주요 요인이었으나 2023년에는 자산(35.8%)이 소득(35.2%)을 추월했다.
입법조사처는 “한국에서 가구 자산의 75%가 부동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구 자산 보유액은 부동산, 특히 주택 가격 변화에 긴밀하게 연관돼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자산뿐 아니라 교육·건강 격차도 커졌다. 2001~2013년 연도별 입학 대학 분포를 분석한 결과, 소득 상위 20% 가구의 자녀가 상위 50개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 분야에서는 저소득일수록, 시골(읍면 지역) 거주자일수록, 1인 가구일수록 건강 상태가 나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건강 불평등이 개인적 요인이나 생활습관의 차이를 넘어 사회구조적 요인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어떤 요인이 불평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세대별로 차이를 보였다. 젊은 세대(X·M·Z세대)는 자산, 노인 세대는 교육이 전체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2023년 기준 젊은 세대는 불평등지수 기여도 중 자산이 42.5~44.7%를 차지한 반면 노인 세대는 31.9%였다. 노인 세대의 경우 교육이 전체 불평등에 기여한 정도가 24.2%인 반면 다른 세대는 6.9~13.0%였다.
이관후 입법조사처장은 “외환위기 이후 자산·교육·건강 등 다차원적 불평등이 심화됐다”며 “이제 소득 재분배뿐 아니라 부동산·세제·금융·복지 등 정부 정책 전 분야에서 불평등 문제를 주요 정책 목표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