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경찰청장·김봉식 서울청장 회동 후 불러
대통령실 가장 먼저 도착···이상민보다 20분 빨라
‘국회 봉쇄’ 전제로 후속 지시 받았을 가능성
특검, 휴대폰 분석 마쳐···조만간 영장 재청구 방침
12·3 불법계엄 선포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성동훈 기자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 위해 ‘계엄 선포 계획’이 전달된 순서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계엄선포 전 이른바 ‘안가회동’에서 경찰 지휘부에 국회 봉쇄 등을 지시한 뒤 국무회의를 위해 박 전 장관을 직접 호출했는데, 특검은 이 과정에서 박 전 장관이 충분히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의심한다.
2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지난해 12월3일 오후 7시42분쯤 박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대통령실로 들어오라’는 호출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때는 윤 전 대통령이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당시 서울경찰청장을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으로 불러들여 국회 봉쇄 등을 지시한 회동을 마친지 약 10분 정도 지났을 때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경찰 지휘부에 군·경의 국회 통제 등을 알린 직후 곧바로 박 전 장관을 가장 먼저 호출한 상황을 눈여겨본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계획과 후속 조치에 관한 구상을 전하기 위해 군과 경찰에 이어, 법무부 장관을 차례로 찾았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두 청장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참석한 당시 회동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밤 22시 비상계엄을 선포해야겠다” “계엄군이 국회에도 갈 것” 등 ‘계엄 예고’를 들었다.
특검은 두 청장이 ‘22시 국회 봉쇄’ ‘23시 민주당사 봉쇄’ ‘24시 언론사 봉쇄 및 단전·단수’ 등 시간대별 조치 사항을 지시받은 점에 비춰보면, 박 전 장관도 군·경의 국회 봉쇄 등을 전제로 한 후속 조치를 지시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검은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법무부 출국 금지팀 실무자 대기, 수용공간 확보 등 박 전 장관이 당시 법무부에 내린 지시 역시 국회 봉쇄와 정치인 체포를 전제로 한 것이라 의심한다.
특검은 당시 타임라인이 그간 드러난 증거에도 힘을 싣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앞서 박 전 장관이 포고령 등 계엄 관련 서류로 의심되는 문건 2장을 받는 장면이 담긴 대통령실 대접견실 폐쇄회로(CC)TV 장면을 확보했다. 또 박 전 장관은 당시 윤 전 대통령 호출을 받고 오후 8시16분쯤 대통령실 집무실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8시40분쯤 도착한 것을 고려하면 약 20분 넘게 윤 전 대통령과 단 둘이 대화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검은 이런 정황들을 토대로 국회 봉쇄 계획을 알았을 박 전 장관이 계엄의 위법성을 몰랐을 리 없다고 본다. 특검은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앞두고 이 밖에도 위법성 인식을 입증하기 위한 막판 보강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박 전 장관의 휴대전화를 비롯해 법무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추가로 마쳤다. 특검은 추가로 확보한 압수물 등을 분석한 뒤 조만간 박 전 장관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