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기 만에 영업이익 ‘10조 클럽’ 복귀
경영권 승계 무죄, 오픈AI 공조 등 광폭 행보
HBM 근본 기술 경쟁력 회복 과제
등기임원 복귀·컨트롤타워 복원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성동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회장 취임 3주년을 맞았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훈풍에 ‘삼성 위기론’은 한풀 꺾였지만, 이럴 때일수록 조직을 쇄신하고 미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인한 위기가 고조되던 때 취임 1·2주년을 맞은 것과 달리, 올해는 실적 회복 국면에서 3주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잠정 매출 86조원, 영업이익 12조1000억원을 기록하면서 5분기 만에 영업이익 ‘10조 클럽’에 복귀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와 폴더블폰 신제품 판매 호조에 힘입은 결과다.
이 회장 개인 신상에도 변화가 있었다. 지난 7월 대법원이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를 확정했고,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둘러싸고 10년 가까이 이어져온 법적 불확실성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올해 들어 이 회장은 보다 적극적인 경영 행보에 나서고 있다. 중국·일본·미국 등 출장을 소화했고, 테슬라와 애플로부터 대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주 계약을 따냈다. 지난 5월엔 냉난방공조(HVAC) 분야 선도 기업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2조원대에 인수한다고 발표하는 등 대형 인수·합병(M&A)도 재개했다. 지난 1일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재차 만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참여를 공식화했다.
그간 삼성전자의 주축인 반도체 사업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력에서 뒤처져 AI 열풍에 올라타지 못하고 있었다. 삼성은 6세대 HBM인 ‘HBM4’에서 반등을 꾀하고 있다.
근본적인 기술 경쟁력 회복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을 이끄는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경쟁력이 약해진 원인으로 부서 간 소통의 벽, 문제를 숨기거나 회피하고 희망치만 반영된 비현실적인 계획을 보고하는 문화 확산 등을 꼽은 바 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10조 흑자를 내고 ‘10만전자’를 외치는 지금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호실적이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을 덮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반도체 호황 이면에 있는 문제들을 서둘러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 3년 동안은 이 회장의 리더십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이 회장이 분명한 미래 청사진을 투자자 등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간 이 회장은 공개 메시지를 삼가는 행보를 이어왔다.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와 옛 미래전략실과 같은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인다.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재계 안팎에선 이 회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등기임원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은 2017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정경유착 창구로 지목된 미래전략실을 해체했다. 현재는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가 그룹 현안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지난 21일 “위원들 상당수가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그룹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룹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회장은 취임 3주년 당일 별도 행사 없이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오는 28일부터 31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회동할 가능성이 있다. 정기인사는 다음달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