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사건과 관련해 수사 지연 혐의를 받는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3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관련 수사를 고의로 지연시킨 혐의를 받는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이 이번 주 중 이명현 특별검사팀(채 상병 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다. 특검은 오 처장 외에도 공수처 전·현직 검사 4명을 입건해 조사할 예정이다. 채 상병 특검은 수사기한을 한 달여 남겨두고 있다.
정민영 특검보는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오 처장을) 이번 주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 처장은 지난해 8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이 사실을 대검에 통보하지 않는 등 수사를 고의로 지연시킨 혐의(직무유기)를 받는다.
같은 혐의를 받는 박석일 전 공수처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했다. 박 전 부장검사는 출석에 앞서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사건을 배당받고도 왜 대검에 통보하지 않았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저도 할 거 다 했다”고 답했다. ‘윗선에서 대검에 통보하지 말자는 제안을 했는가’라는 질문엔 “수사 상황이라 말하긴 어렵고 저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당시 주임검사였던 박 전 부장검사에게 송 전 부장검사의 고발 사건을 대검에 통보하지 않은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검사도 직무유기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오는 28일 오전 9시30분 출석한다.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 재직 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이종호 전 대표를 변호했으면서도 지난해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 전 대표가 임 전 사단장의 구명로비 의혹에 연루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말해 위증 혐의로 고발됐다. 특검은 공수처 지휘부가 송 전 부장검사를 감싸기 위해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1년가량 대검 통보를 미뤘다고 의심한다.
특검은 송 전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공수처의 수사외압 정황도 발견해 수사 대상을 확대했다. 정 특검보는 “공수처에서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에 대한 방해행위가 실제로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지난해 초 공수처 지휘부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팀에 ‘총선 전 관련자를 소환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공수처장과 차장을 각각 직무대행한 김선규 전 부장검사와 송 전 부장검사를 직권남용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특검은 조만간 이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채 상병 순직사건 핵심 피의자이자 구명로비 의혹 당사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이날 처음 구속 상태로 특검 조사를 받았다. 정 특검보는 “(임 전 사단장은) 지금까지 대부분 질문에 진술을 거부하는 입장이었다”며 “구속 이후 혐의사실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의 휴대전화 포렌식도 이번 주부터 진행한다. 임 전 사단장은 구속영장 청구 직전인 지난 23일 새벽 특검에 자신의 휴대전화와 비밀번호를 제출했다.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이종섭 전 장관의 도피성 주호주대사 임명 의혹’ 사건 참고인으로 특검에 출석했다. 특검은 김 전 실장을 상대로 이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이 추진될 무렵 보고받은 내용과 대통령실 내부 논의 사항 전반을 조사할 계획이다. 김 전 실장은 윤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2023년 12월까지 재직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는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연루된 이 전 장관의 도피 의혹 수사를 마무리한 뒤, 수사외압 의혹 내용까지 포함해 윤 전 대통령을 대면조사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수사외압 관련 피의자들에 대한 기소도 미뤄질 예정이다.
정 특검보는 “수사외압 의혹은 사실상 윤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사실관계 조사가 상당히 진행됐고, 기소를 위해 공소사실을 작성하고 증거관계를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도 “윤 전 대통령을 조사하고 일괄 처리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하므로 기소 시점은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