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7분 범행에서 150건 넘는 흔적 남겨
DNA·지문, 용의자 추적에 결정적 역할
르몽드 “프랑스 역량 붕괴 드러낸 사건”
26일(현지시간) 프랑스 경찰이 루브르 박물관 인근을 순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침입해 왕실 보석류를 훔친 용의자 중 2명이 사건 6일 만에 체포된 데는 DNA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파리 북부 센생드니 출신인 이들 중 한 명은 프랑스 국적, 다른 한 명은 프랑스·알제리 이중국적자다. 수사 당국은 용의자 중 한 명이 알제리로 도주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25일 밤 긴급 작전을 전개했다. 그는 오후 10시경 파리 루아시(샤를드골) 공항에서 붙잡혔다.
절도범들은 범행 후 도주 과정에서 장갑, 헬멧, 절단기, 토치, 형광 조끼, 무전기 등을 버리고 갔다. 이 물품들에서 채취된 DNA와 지문 등 150건이 넘는 증거물이 용의자 추적의 결정적 단서가 됐다. 또 고속도로와 은행, 기업 등에 설치된 공공·민간 CCTV 영상이 범인들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수사는 박물관 내부로도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익명의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보안요원 중 한 명이 도둑들과 공모했다는 디지털 포렌식 증거가 있다”며 “민감한 보안 정보가 외부로 전달됐고 이를 통해 범인들이 허점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당국은 이들의 녹음 파일과 메시지를 확보했으며, 최대 96시간인 구금 시한 내에 공범의 신원과 도난품의 행방을 확인할 방침이다.
절도범들은 19일 오전 9시 30분경 루브르 내 왕실 보석 전시관인 아폴론 갤러리 외벽에 사다리차를 대고 2층 창문을 깨 침입했다. 외부 감시카메라가 없는 ‘맹점’을 노린 범행은 불과 7분 만에 끝났다. 도난당한 보석 8점의 추정 가치는 8800만유로(약 1499억원)에 이른다.
나폴레옹 재단 산하 ‘역사·공공생활 관찰소’에 따르면 사건 이틀 만에 전 세계 언론이 3만 건 이상 보도했고, 60억명 이상이 뉴스를 접한 것으로 추정된다.
르몽드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절도가 아니라 프랑스 문화유산 수호 능력의 붕괴를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라며 “몇 점의 장식품 도난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이 감정이 언론의 과장이나 정치적 연출로 부풀려졌더라도, 이는 무시해서는 안 될 정당한 분노”라고 평했다. 범인들이 사용한 리프트가 파리 근교의 ‘루브르(Louvres)’라는 지역에서 빌려온 것도 조롱에 가까운 범죄극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보석류는 금속을 녹이거나 분리해 팔아버리면 흔적조차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BBC 보도에 따르면 루브르 측은 사건 직후 왕실 보석 일부를 프랑스은행으로 옮겼다. 해당 보석들은 앞으로 파리 중심부 본관 지하 26m에 있는 최고 등급의 보안 금고에 보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