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통령 임기는 5년이다. 연임이나 중임할 수 없다. 국민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헌법은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제70조)”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조원철 법제처장은 지난 24일 국정감사장에서 “국민이 결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대통령 임기를 4년 연임제로 개헌할 경우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적용되느냐”는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당혹스럽다. 대한민국 각종 법령의 해석권을 가진 법제처 수장 생각이 헌법에 어긋나고, 국민 인식과도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헌법 위에 국민이 있다는 점에 이의를 달 생각은 없다. 헌법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민의를 내세워 정권에 아부하고 헌법을 곡해해선 곤란하다. 우리 헌법은 권력자가 개헌으로 70조를 무력화할 것에 대비해 또 다른 단서를 달아놓았다.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제128조 2항)”는 조항이다.
법제처는 법률이 위헌인지, 다른 법령과 모순되는지 등을 심사한다. 공무원과 학생들에게 법제 교육도 실시한다. 그런 법제처 수장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문제다. 조 처장은 이 대통령이 5개 사건 12개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데 대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모두 무죄”라고도 말했다. 변호사 시절 수임한 이 대통령의 대장동 의혹 사건에 정통하다고 해도, 법제처장이 재판 중인 사건에 무죄 단정 발언을 하는 건 사법 독립을 침해하는 일이다.
전임 법제처장은 윤석열의 변호인이자 대학 동기인 이완규였다. 이완규는 알량한 법 지식으로 윤석열 정부의 ‘시행령 통치’를 두둔하고, 윤석열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가 정당하다고 옹호했다. 12·3 비상계엄 다음날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정권 핵심 인사들과 비밀회동을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새 정부 들어 법제처가 정상화되나 싶었는데 전임 정부의 데칼코마니가 돼가고 있다. 대통령에게만 충성하는 수장 때문에 법제처 공무원들이 참으로 힘들겠다는 생각도 든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바로 세워야 하는 법제처가 ‘대통령 변호처’로 전락해선 안 된다.
조원철 법제처장이 24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증인선서를 거부한 이완규 전 법제처장이 24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