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한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종가가 표시돼 있다. 문재원 기자
코스피가 27일 사상 처음으로 4000포인트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공급과 개인투자 확대를 뜻하는 ‘동학개미운동’으로 2021년 1월 3000포인트를 넘어선 지 4년9개월 만이다. 상법 개정과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활황이 이끈 4000선 돌파 후 ‘코스피 5000’ 시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 실적과 내수 회복, 양극화 해소까지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날 코스피는 미·중 무역협상 타결 기대 등에 힘입어 전 거래일보다 101.24포인트(2.57%) 오른 4042.83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 주가도 처음 10만원을 넘어섰고, SK하이닉스도 53만원을 웃도는 신고가를 기록했다. AI 훈풍 속 반도체 대기업 주가 상승이 코스피 신고가를 이끈 것이다. 코스닥 역시 1년6개월 만에 900선을 회복했다. 지난해 세계 주요 증시 중 최하위 수익률을 기록해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수모를 당했지만 올 들어 반전 신화를 쓰고 있다. ‘윤석열 내란’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돌파하며, 전 세계적 AI 랠리 속 외국인 투자금이 몰려든 영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올 들어서만 70% 가까이 단기 급등한 주식시장의 과열 우려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보여주는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 고공행진을 하는 건 가장 큰 리스크다. 한·미 관세협상 불확실성과 내수 위축, 중국의 기술 굴기로 한국의 산업 경쟁력과 수출 전망이 안갯속인 것도 변수다. 여기에 고령화와 저성장 영향으로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는 어느 때보다 높다. 이날 발표된 국가데이터처 소득이동 통계에서 계층 상승 비율이 3년째 하락한 것이 그 방증이다.
자본시장의 새 목표 ‘5000피’까지 가기 위해선 사회·경제적 리스크 해결이 필수적이다. 기술 개발·수출 확대로 기업 실적을 높이고, 소득 확대가 소비·내수 활성화로 이어지는 경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날 타결된 ‘한·말레이시아 자유무역협정(FTA)’처럼, 우리의 경제 영토를 계속 넓혀야 미·중 무역전쟁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 반도체·자동차 등 기존 전략산업뿐 아니라 방산·조선 등 기간산업 르네상스를 확고히 하고, K팝·K푸드·K뷰티처럼 새 수출산업도 키워야 한다. 주가는 장기적으로 기업 실적에 달려 있고, 기업 성장은 내수와 수출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내수의 한 축인 가계가 위태롭지 않아야 하고, 성장동력과 사회적 약자를 챙기는 국가 역할도 중요하다. 가계·기업·국가, 노동자와 사용자의 성장이 따로가 아님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