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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후와 배추

입력 2025.10.27 19:51

수정 2025.10.2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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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국립고궁박물관에는 놀라운 작품들이 많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조상아투화인물투구’와 ‘육형석’ 그리고 ‘취옥백채’였다. 순회 전시가 많아 이 세 작품을 한꺼번에 보기 힘든데 운이 좋았다.

“어떻게 이걸?” 조상아투화인물투구를 보는 순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크기가 사과만 한 원형 상아를 겹겹이 조각해 총 18겹의 얇고 움직이는 공 형태로 만들고, 그 속에 다시 각종 문양과 인물을 조각해 넣었다. 섬세함과 정교함은 공예의 한계를 넘어선다. 칼끝 한번 삐끗하면 모든 것이 허사인 일에 매달려 오랫동안 초긴장 상태였을 장인을 생각하면, 머리칼이 쭈뼛 서고 가슴이 서늘해진다.

촉촉하고 육즙이 풍부해 보이는 육형석 앞에서는 침이 고였다. 팔각 향이 솔솔 풍기는 듯하다. 어쩌면 그리 동파육과 똑같을까. 일명 ‘옥배추’라 불리는 취옥백채는 또 어떤가. 비취옥의 색깔과 형태를 절묘하게 활용해 싱싱한 배추를 조각하고 배춧잎 끝에는 여치와 메뚜기까지 앉혔다.

황가의 혼례품으로 제작된 이 옥배추는 청나라 서태후가 사랑했는데, 현재 대만 국보로 지정돼 있다. 청나라 말기에는 옥으로 만든 진귀한 공예품이 다수 제작됐다. 고급 재료와 정교한 공예 기술이 황실 권위의 표상이 됐기 때문이다. 배추는 청렴과 순결을, 곤충인 여치와 메뚜기는 다산과 번영을 상징해 궁중 여성이 추구해야 할 덕목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서태후가 진기한 공예품인 옥배추만을 사랑한 것은 아니다. 산해진미가 다 모인 만한전석을 즐겼던 그가 기름진 요리와 함께 먹었던 음식 중에 배추탕이 있다. 특히 그가 좋아했다는 ‘개수백채’는 맑은 닭 육수에 연한 배춧속을 넣고 끓인 탕이다. 소화가 잘되는 맑은 배추탕은 아침과 저녁에 두부 요리와 함께 자주 찾았다. 그가 말년에 폐질환 때문에 고열과 기침으로 고생했을 때도 배추탕을 먹고 나았다고 한다. 배추는 성질이 달고 부드러우며 식감이 좋고 독성이 없다. 또한 열을 내리고 기침과 가래를 삭이며 소화를 돕는다. 좋은 음식이란 눈과 혀가 즐거운 것이 아니라 속이 편한 음식이다.

서태후는 온갖 악행으로 비난받기도 했지만, 궁중 연회와 음식 문화를 제도화하고 예술적 단계로 끌어올리려 했다. 또한 그림과 자수, 도자기 등 왕실 공예를 적극 장려하고 왕실 정원인 이화원을 재건하는 등 청나라 왕실 문화예술의 품격을 유지하고자 노력한 인물로도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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