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는 ‘5극 3특’을 내세우고 있다. 수도권 일극체제를 5극(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과 3개 특별자치도(제주·전북·강원) 체제로 전환해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지난 8월 발표한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안에 ‘5극 3특’이라는 말이 44번이나 나올 정도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임팩트 있는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5극 3특’이라는 말만 그럴싸할 뿐, 실제 정책은 여전히 수도권 중심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입지 문제다.
전기도 물도 없는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지난번 칼럼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남방한계선’을 얘기하지만, 그것은 비수도권 지역에 대한 모독이나 다름없다.
‘남방한계선’이란, 용인 이남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비수도권에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다. 비수도권에도 많은 대학이 있고, 우수한 인재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인재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게다가 ‘남방한계선’이라는 얘기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1967년에 경북 포항에 인재가 있어서 포항제철을 지었던 것이 아니다. 포항제철이 들어서면서 인재들이 모인 것이다.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는 용인에 짓겠다고 하면서 ‘균형발전’이나 ‘5극 3특’을 얘기하는 것은 모순이다. ‘5극 3특’이 되려면 반도체와 같은 핵심 산업의 공장도 골고루 분포하는 것이 당연하다. 원전 10기 분량의 전력이 필요한 삼성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전기도 없는 용인에 추진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밀어붙이면 비수도권에는 거대한 송전탑들만 세워지게 된다. 용인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송전탑들이다. 전남, 전북, 충남, 강원, 경북, 충북뿐만 아니라 경기도 안성에도 엄청난 숫자의 송전탑이 들어서게 된다. 이는 비수도권을 용인의 ‘전력 식민지’로 만드는 것이다.
수도권 집중 해소를 위해 시급한 또 다른 과제는 읍면자치다. 지금은 전국 1176개 면과 235개 읍이 자치권이 없는 하부 행정조직으로 돼 있다. 그래서 농촌의 심각한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읍면별로 뭔가를 시도하기가 어렵다. 읍면에는 권한도, 예산도 없기 때문이다. 읍면장도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하는 순환보직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읍면의 인구를 유입하고 활성화하기는 어렵다. 국토 면적의 90%를 차지하는 읍면을 이렇게 놔둔 상태에서 ‘균형발전’은 허구일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고 주민자치권 확대를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 체감되는 변화는 없다. 주민자치회 본격 실시가 국정과제로 되어 있지만 정작 주민자치회 법제화는 아직 진전이 없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구체적인 입법 추진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고 정부도 마찬가지다. 또 하나의 국정과제인 ‘주민 선택 읍면동장제 시범 실시’도 구체적인 일정이나 추진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에 농어촌 기본소득은 시범 실시를 할 7개 군을 발표한 상황이다. 일부 지역에서만 실시될 정책은 서두르면서, 전국의 모든 농촌에 적용할 수 있는 주민자치 관련 정책은 왜 속도를 내지 못하는지 의문이다.
도시의 동 지역도 주민자치 강화가 필요하지만, 농촌의 경우에는 읍면의 자치권이 절실한 상황이다. 사람이 떠나지 않고 돌아오는 농촌이 되려면 농촌의 의료·교육·돌봄·교통·경제·농업·문화·환경 등에 관한 계획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계획이 의미가 있으려면 군청에서 탁상계획으로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읍면에서부터 주민들이 참여해 만드는 계획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권한과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읍면장도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임명되어야 한다. 주민자치회가 주민총회 등을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정책에 큰 예산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역대 정권에서 말로는 수도권 집중 해소를 얘기해왔지만, 실제로 수도권 집중은 심화하기만 했다. 수도권의 집값 상승 문제도 근본적으로는 수도권 집중이 원인이다. 이런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당장에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이 바로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전면 재검토와 읍면자치 강화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