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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싫어해도 옳은 세금은 옳다

입력 2025.10.28 19:58

수정 2025.10.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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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들썩인다. 부동산 세제 논란이 뜨겁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떤 세금이 좋고 어떤 세금이 나쁜지에 대한 논쟁은 적다. 어떤 세금이 내가 지지하는 정당에 유리한지, 그렇지 않은지에만 관심이 쏠린다.

직업 정치인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재선이 실존적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업 유권자’도 아닐 텐데 지지 정당의 이해득실만을 따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정치가 이 모양인 이유는 정치공학에 능한 사람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옳은 것을 주장하는 정치인이 없어서일까.

좋은 세금과 나쁜 세금을 이론과 원칙으로 따져보자. 조세의 원칙은 단순하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그런데 ‘소득’이란 무엇일까. 현금을 받으면 소득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주식이나 채권, 특정 시설을 이용할 권리를 받는 것도 소득이다. 마찬가지로 거주 주택을 이용할 권리를 누리는 것도 경제적 실질로는 소득이다. 경제학에서 가장 널리 인정되는 소득의 정의인 힉스 또는 헤이그-사이먼스의 소득 개념으로는 자가주택을 이용할 권리도 소득이다.

그런 의미에서 취득세와 같은 거래세는 나쁜 세금이다. 주택 취득은 순자산 증가, 즉 소득 증가가 아니다. 단지 현금이 주택으로 형태만 바뀐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소득 없는 행위’에 높은 세금을 부과한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거래는 사회 전체의 후생을 높인다. 팔고 싶은 사람은 팔아야, 사고 싶은 사람은 사야 이득이다. 높은 거래세는 거래를 위축시켜 사회 후생을 줄이면서도, 소득 없는 곳에 부과되는 세금이니 나쁜 세금이다.

반면 부동산을 보유하며 누리는 혜택은 경제학적으로 소득이다. 이를 ‘자가주택 귀속소득’이라 하며, 이는 유엔의 국민계정체계(SNA 2008)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통계에도 포함된다. 주택 임대사업자의 임대소득이 GDP에 포함되듯, 자가주택에서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임대료 역시 소득으로 본다.

쉽게 생각해보자. 내가 노동을 제공하고 현금을 받아 임대료를 내든, 노동 대가로 주택 거주권을 받든 경제적 실질은 같다. 실제로 소득세법상 근로 대가로 받는 복지 혜택에도 원칙적으로 세금이 부과된다. 세법이 허술하다면 우리는 모두 월급을 현금 대신 각종 증서로 받을 것이다. 월급 대신 주택 임차권, 학자금, 외식권 등으로 받으면 세금을 피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세법은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외형이 달라도 동일한 소득에는 동일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조세의 제1원칙이다.

경제학에서 좋은 세금은 ‘조세 중립성’을 가진 세금이다. 조세 중립성이란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에 세금이 왜곡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예컨대 10억원을 가진 사람이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첫째, 10억원으로 주택을 사서 귀속임대소득을 누리는 방법. 둘째, 10억원을 투자해 그 수익으로 같은 주택의 임대료를 내는 방법이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 사업소득세로 수백만원을 내야 하지만, 전자의 경우 보유세(재산세)는 50만원 수준이다. 경제적 실질이 동일한데 주택 구매에 더 큰 혜택이 주어진다면 조세 중립성은 무너진다. 그 결과 시장 비효율이 생기고 사회 후생이 줄어든다.

다만, 도시계획구역 내 부동산에 ‘도시지역분’이 추가 과세돼 보유세가 100만원 수준으로 높아지기도 한다. 도시지역분은 동일한 가액의 주택이 도시계획구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추가 과세되는, 다소 이상한 세금이다. 역시 조세 중립성을 해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도시지역분이나 취득세에 반대하는 뚜렷한 정치 세력은 없다.

결국 우리는 좋은 세금과 나쁜 세금을 구분하기보다, 익숙한 세금에는 저항하지 않고 새로운 세금만 반대한다. 취득세나 도시지역분처럼 오래된 세금은 조세 중립성을 해쳐도 문제 삼지 않는다. 반면 자가귀속소득에는 적은 세금을 부과해 오히려 조세 중립성을 깨뜨린다. 자가귀속소득을 과세하지 않음으로써 국가는 자금을 생산적 투자보다 비생산적 부동산 구매로 몰아가고 있다. 재산세와 종부세 같은 보유세를 인상하면 보다 더 많은 효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에게 부동산이 이전돼 사회 전체의 효율을 높이고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재산세나 종부세를 올리는 일은 표가 떨어지는 정책이라 회피된다. 그러나 잘못된 관행에는 눈을 감고, 개혁은 “남들이 싫어하니까” 하지 않는다면 마녀사냥도, 노예제도도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남들이 싫어해도 옳은 것은 옳다고,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 덕분에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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