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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본능을 앞서는 사로잡힘

입력 2025.10.28 19:59

수정 2025.10.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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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나는 인터넷 세계를 탐험하며 인류학자처럼 사람들을 관찰하곤 한다.

언젠가는 유튜브로 미국 경찰이 공익을 위해 올린 실제 상황 영상을 하나 본 적이 있다. 한 남자가 한 여자와 헤어지는 과정에서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바람에 여자가 신고해서 경찰이 들이닥쳐 남자와 대치하는 상황이었다. 함께 살던 사이에서 일어난 가정폭력으로, 말다툼하는 도중 남성이 여성을 세게 밀쳐 여성이 벽에 부딪힌 듯했다.

출동한 경찰과 남성은 한동안 대치한다. 경찰은 우선 남성을 진정시키며 설득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발코니 문가에 서 있는 남성에게 대화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가까이 오라고 말한다. 발코니에 남성의 소총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그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남자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연인 사이의 일이 경찰이 개입할 정도로 심각해지고 그들이 자신을 범죄자 취급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보인다. 내가 위협이라고? 나에게 총을 겨눈다고? 싸움의 과정에서 쌓아 올려진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그는 반복된 경고 앞에서도 물러서지 못한다.경찰의 말에 따르는 것이 자기가 지는 것이라도 된다는 양, 끊임없이 자신의 논리를 펼치며 자존심을 세우고 이제는 여자가 아닌 경찰과 싸우려 든다. 그는 단순한 경찰의 지시에도 불응하며 총 앞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

경찰은 이제 그에게 물러서지 않으면 발포하겠노라고 경고하지만 남자는 무언가에 홀린 듯 버틴다. 순간 남자가 소총에 손을 뻗고 경찰은 즉시 발포해 남자를 사살한다. 남성은 현장에서 죽는다.

영상은 내게 큰 충격을 남겼다. 한국이었다면 달래거나 설득했을지 모를 가정폭력 상황을 처음부터 이토록 엄중히 다룬다는 것에 우선 놀랐다. 그렇다 해도 꼭 사살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소총을 근처에 둔 사람의 위협을 달리 해결할 방법이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가장 큰 충격은 이것이다. 생명체의 첫 번째 본능은 자기 보존 욕구인데, 그 생존 본능을 완전히 앞설 정도의 사로잡힘이 존재한다는 것이 너무나 또렷하게 느껴졌다. 그 사로잡힘의 생생한 목격이 충격이었다. 가정폭력으로 처벌받고 끝날 일을 죽음까지 치닫게 한 건 그 자신이다. 인간이란 이런 존재구나. 자신이 만들어낸 허황된 자존심, 감정, 충동, 이야기에 산 채로 잡아먹힐 수 있는 존재.

영어 단어 ‘possession’(포제션)은 사로잡힘과 함께 소유, 빙의도 뜻한다. 수많은 신화와 종교에서는 사람이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상태를 악령·귀신·사탄 등을 활용해 이야기한다. 나는 무신론자에 가까운 작가이기에 이러한 설명을 인간이 만들어낸 허황된 자존심, 감정, 충동, 이야기를 일컫는 일종의 메타포로 이해한다. 또 내게는, 악령·귀신·사탄 같은 존재를 따로 만들어둔 것이 인간의 가장 나쁜 모습을 타자화함으로써 인간의 참모습을 끝내 긍정하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사로잡힘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로잡힘은 때때로 일견 불가능한 일을 해내게 만든다. 불 속에 뛰어들어 타인을 구하게 만들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기록을 세우게 하고, 위대한 예술 작품을 생산하게 하고, 엄청난 시련에도 꺾이지 않는 지도자를 만든다.

이외에도 다양한 사로잡힘이 있다. 신의 명령을 받아 기꺼이 죽는 순교자. 혹은 테러리스트. 죽을 때까지 일하는 사람들. 함께 죽기로 결심하는 연인. 복수하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기. 이념을 위해 목숨을 내놓기. 폭력을 당하면서도 가해자 이해에 빠지기. 호기심으로 끊임없이 어두움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

그렇다면 한국은, 무엇에 사로잡혀 있기에 이토록 높은 자살률의 나라가 된 것일까? 우리도 모르는 새에 우리의 마음에 흘러들어온 것은 무엇일까?

하미나 <아무튼, 잠수> 저자

하미나 <아무튼, 잠수> 저자

<하미나 <아무튼, 잠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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