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공장에 움직이고 있는 로봇개의 모습
주요 발전소에서 이동식 카메라를 설치해 노동자들을 감시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데 이어, 현대제철 등 일부 사업장에서는 ‘로봇개’를 사용해 공장 내부와 작업자들을 촬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제철은 지난 8월 홈페이지에 “공장 안전을 위한 무인 순찰 시스템의 핵심으로 로봇개를 도입했다”며 “위험 요소를 사전에 포착해 사고를 예방하고 사람이 놓칠 수 있는 부분까지 보완해준다”고 밝혔다. 이어 “점검 대상은 사람도 포함된다”며 “작업 중인 현장에서는 폐쇄회로(CC)TV 인공지능(AI)이 연동돼, 안전모나 안전장비를 제대로 착용했는지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고 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8월 이전부터 공장에서 로봇개를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현대자동차 전기차 공장 등에서도 로봇개 투입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노조 측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안전관리를 위해 로봇개를 도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로봇개가 안전에 도움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비판한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의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선 동의서를 받도록 돼 있지만, 하청 노동자들에게 사전 고지나 동의서를 받는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로봇이 산업안전을 지키는 데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되고 있는 지는 불명확하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30대 노동자 A씨는 “설비나 환경 개선이 아닌 로봇개로는 근본적인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로봇개를 도입하는 비용으로 설비 노후화나 작업환경 개선을 한다면 안전을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감시하고 옭아매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장에 냉·난방장치도 가동되지 않고, 별도의 휴게 공간도 없다며 현장의 노동환경이 매우 열악하다고 전했다.
지난 9월6일 당진 원료공장에서는 하청노동자가 일하던 작업장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근처에 있던 노동자들이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사고를 목격한 노동자들은 “운이 좋아서 살았다”고 말했다.
붕괴 사고 이후 일어난 이후 하청 노동자들은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 현장 점검업무에 투입됐다. 하청 노동자들은 “노동환경을 개선해 달라”며 현대제철에 교섭 요구를 하고 있지만, 사측은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고용노동부와 법원은 현대제철의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용석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정책부장은 “기계가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수 없다. 로봇개는 안전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며 “회사가 정말 안전을 위해 도입했는지, 사고가 생겼을 때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기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작업 현장에 로봇이 움직이고 다니면 일할 때 걸리적거리고, 오히려 더 위험하다”며 “인권 문제도 있다”고 했다. 노조측은 교섭을 통한 산업안전 문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대제철은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로봇 활용도 사업장의 사각지대 안전을 확보하는 등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안”이라며 “정규직 노조와는 합의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