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어디서 죽을 것인가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어디서 죽을 것인가

입력 2025.10.29 20:20

수정 2025.10.29 20:21

펼치기/접기

노후 주거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어디서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임종. ‘사망하기 직전’ 혹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을 의미하며, 부모의 죽음을 맞이하는 자녀가 곁에서 지켜보는 상황을 나타낼 때 사용된다. 오늘날 의료와 시장에 의존하지 않는 임종 과정은 상상하기 힘들다. 의료 기술의 발전, 병원과 시설 중심의 돌봄체계, 공동체 약화, 시장 논리, 죽음 회피라는 다양한 요소가 결합한 결과다. 특히 의료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죽음조차 관리·치료·연명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임종 과정이 자연스러운 ‘삶의 마무리’가 아닌 ‘의료적 사건’이 된 것이다. 이제 죽음은 우리의 삶에서 분리되어 병원·요양시설 등 전문 공간에서 상품과 서비스로 다루어지고 있다.

어린 시절 마주했던 할머니의 임종 장면이 떠오른다.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할머니는 어느 날 갑자기 호흡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동네 의원 의사가 왕진을 와서, 임종이 다가왔으니 가족들을 부르라고 한다. 그렇게 자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할머니는 숨을 거두셨다. 대문에 ‘상중(喪中)’이라고 쓰인 조등이 걸리고 마당에 천막을 치고 상을 치렀다. 건강하게 지내다 큰 고통 없이 집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삶을 마감하셨다. 지나고 보니 할머니의 죽음은, 이 시대 많은 사람들이 소원하는 죽음의 모습이다. 과거에 비해 우리의 삶은 풍족하지만 ‘죽음의 질’은 나빠진 것이 분명하다.

나는 어머니의 마지막도 집에서 지켜드리고 싶다. 집은 어머니에게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돌봄의 사회학>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의 저자인 일본의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는 네 가지 재택 임종의 조건을 제시했다. 본인의 분명한 의사, 간병 능력이 있는 동거 가족, 이용 가능한 지역 의료·간호·돌봄 자원, 마지막으로 임종과 장례에 필요한 어느 정도의 비용이다. 그러나 이용할 수 있는 의료와 돌봄 자원이 제한적이고, 가족이 직접 돌봄을 감당해야 하는 무게도 만만치 않다. 이용 대상이 매우 제한적인 호스피스 이외 병원 밖 임종에 대해 우리는 아무런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이 문제를 풀어가려면 몇가지 새로운 가능성을 시도해봐야 한다. 첫째, 재택의료와 방문간호, 치료가 아닌 ‘돌보는 의료’의 공적 지원을 확충해야 한다. 둘째, 죽음을 금기시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 임종을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인정하고, 집에서도 의미 있는 이별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재택 임종을 가족의 선택이나 부담으로만 두지 않는 사회적 책임이다. 재택의료 및 돌봄의 확충, 돌봄자 지원 제도, 지역사회 돌봄 네트워크 구축 등 누구도 혼자 마지막을 맞지 않도록 돌봄 사회의 길로 나가야 한다.

‘어디서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은, 단순히 삶의 마지막 장소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죽음을 삶에서 분리해 병원과 시설에 맡겨온 지금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일이다. 한 사람의 존엄과 삶의 가치를 마지막까지 지켜내는 일이며, 임종을 ‘의료적 사건’이 아닌 ‘삶의 자연스러운 완성’으로 되돌려놓는,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새로운 사회적 과제다.

김수동 탄탄주택협동조합 이사장

김수동 탄탄주택협동조합 이사장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