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출범한 지도 29일로 넉 달이 됐다. 그동안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고 하면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자수서가 떠오른다. 이 회장은 김 여사에게 건넸다는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실물도 임의제출했다. 자수서와 목걸이 실물은 특검이 김 여사를 구속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명태균 게이트, 통일교·건진법사 관련 사건을 수사하면서도 구속을 확신하지 못했는데 ‘실물 증거’를 찾아내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본말이 전도된 사례도 많았다. 김 여사 일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 확보한 각종 명품과 금거북이, 이우환 화백 그림 등이 더 주목을 받았다. 발음도 어려운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특검이 자극적인 수사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작 매관매직 의혹 등 권력형 비리 수사는 벌여만 놨을 뿐 뚜렷한 성과가 없다.
그런데도 새로운 수사는 계속됐다. 특검은 ‘김예성 집사게이트’며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이종호씨의 변호사법 위반도 새로 수사했다. 카카오모빌리티, HS효성 등 대기업을 상대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으나 김 여사와의 연결고리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씨는 본류 사건인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으로도 수사선상에 올랐는데 이에 대한 혐의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특검이 본류 수사를 등한시한 건 아니다. 특검은 앞서 검찰에서 수사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게이트 관련 공천개입, 통일교·건진법사 관련 청탁 등 의혹 사건으로 김 여사를 법정에 세우는 데 성공했다. 다만 명태균 게이트에서 김 여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연루 여부를 아직 규명하지 못했다. 양평고속도로 종점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대통령실·관저 이전 감사 무마 의혹 규명도 갈 길이 멀다.
이 와중에 특검팀 내에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민중기 특검이 수사 대상자를 대리하는 변호인과 만나 논란을 일으키더니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비상장 주식 투기 의혹까지 받는다. ‘문제 될 일은 하지 않았다’는 해명은 ‘내로남불’로 비판받았다. 수사받던 양평 공무원의 사망, 도이치모터스 수사팀장의 과거 부적절한 행적까지 불거지면서 수사 신뢰성에 타격을 줬다. 남은 수사 기간은 최대 두 달이다. 본류 수사를 마무리하기에도 빠듯하다. 벌여놓은 일을 수습하고 ‘김건희·윤석열 권력형 비리 의혹 규명’이라는 본류에서 성과를 내는 게 수사 후반기 특검이 할 일이다. 욕심보다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유선희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