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그룹 뉴진스. 컴플렉스콘 제공
걸그룹 뉴진스와 하이브 산하 레이블(기획사) 어도어 간 전속계약 분쟁에서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재판장 정회일)는 30일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 다섯 명을 상대로 낸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어도어)와 피고들(뉴진스) 사이 2022년 4월21일 체결된 각 전속계약은 유효함을 확인한다”면서 어도어 측 청구를 전부 인용했다. 소송 비용도 뉴진스 측이 부담한다. 뉴진스 멤버들은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어도어가 전속계약상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해 신뢰관계가 파탄났다’는 뉴진스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민희진 전 대표가 어도어의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다는 사정만으로는 매니지먼트 공백이 발생했다거나 그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민 전 대표가 반드시 대표이사를 맡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전속계약에 없다”고 밝혔다. 뉴진스 멤버들이 민 전 대표에 대해 높은 신뢰를 갖고 있는 것만으로, 민 전 대표의 대표이사직을 보장하는 것이 전속계약상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어도어 측이 민 전 대표 해임 이후 그에게 사내이사로서 뉴진스 프로듀서 업무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지만 민 전 대표가 이를 거절하고 사내이사직에서 스스로 사임한 사실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민 전 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증거로 인용하면서 “민 전 대표는 뉴진스가 포함된 어도어를 하이브로부터 독립하려는 의도로 사전에 여론전, 소송 등을 준비했다”며 “그 과정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고 뉴진스 멤버들의 부모들을 내세워 하이브가 부당하게 대했다는 여론을 만들려고 계획하고 어도어를 인수할 투자자를 알아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행위는 뉴진스 측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어도어의 전속계약상 의무불이행으로부터 뉴진스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하이브가 민 전 대표에 대해 한 감사 또한 뉴진스와 어도어의 신뢰관계를 파탄시킨 보복성 감사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 소속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의 콘셉트 등을 베꼈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뉴진스와 아일릿의 기획안, 화보에서 일부 유사한 점이 확인되나, 아일릿이 뉴진스 콘텐츠를 복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여성 아이돌의 콘셉트는 상표권, 퍼블리시티권, 지적재산권 등에 포함된다고 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일릿 매니저가 아일릿 멤버들에게 뉴진스 멤버 하니를 ‘무시하고 지나가라’는 말을 했음에도 어도어가 하니에 대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민 전 대표가 하니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무시’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하고 강조했다면서 “CC(폐쇄회로)TV상 아일릿 멤버들이 하니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뉴진스와 같이 데뷔 전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한 경우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거액의 투자가 이뤄지고 성공해야 회수할 수 있는 게 일반적”이라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충분한 팬덤을 쌓은 후에 경영상의 판단 영역인 인사, 콘텐츠 제작 등에 대해 결정권을 행사하려는 무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전속계약의 강제로 인한 인격권 침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어도어 측은 입장문을 내고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법원은 여러 소송들에서 어도어가 전속계약에 따른 매니지먼트사의 지위에 있고, 뉴진스는 어도어와 함께 연예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결정을 반복해 내렸다”며 “오늘의 결과가 뉴진스에게도 사안을 차분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어도어 측은 “뉴진스와의 논의를 통해 팬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뉴진스 측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멤버들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은 “멤버들은 법원 판단을 존중하나, 이미 어도어와의 신뢰관계가 완전히 파탄된 현 상황에서 어도어로 복귀해 정상적인 연예 활동을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며 “항소심 법원에서 그간의 사실관계와 전속계약 해지에 관한 법리를 다시 한번 종합적으로 살펴 현명한 판결을 내려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어도어는 지난해 8월27일 민 전 대표를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했다. 뉴진스 멤버들은 같은 해 11월13일 어도어 측에 ‘2주안에 민 전 대표를 대표이사로 복귀시키라‘고 요구했고, 어도어가 수용하지 않자 11월29일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어도어는 지난해 12월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을 내면서 뉴진스 멤버들의 독자 활동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자 뉴진스 측이 이의신청과 항고까지 냈지만 모두 어도어 측이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