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내란특검에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재원 기자
2024년 12월3일 밤 10시27분, 대통령 윤석열이 느닷없이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놀란 시민들이 여의도 국회 앞으로 모여들었다. 순식간에 모인 4000여명의 시민은 “위헌 계엄 철폐하라”고 외쳤다. 국회로 이동하는 장갑차나 군 차량을 맨몸으로 막아서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들은 국회로 복귀하는 국회의원이 보일 때마다 “계엄을 해제해 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국회의원들도 속속 국회로 집결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던 이재명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중증 시각장애인인 서미화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담을 넘어 국회로 들어왔다. 총기로 중무장한 계엄군이 헬기에서 내려 국회 본청에 난입했고, 당시 야당 당직자·보좌진과 시민들은 바리케이드를 쌓고 계엄군과 대치하며 본회의장을 사수했다. 그리고 비상계엄 선포 2시간34분 뒤인 4일 오전 1시1분, 국회는 재석의원 190명 전원의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을 가결시켰다.
그러는 동안 여당이던 국민의힘은 내내 우왕좌왕했다. 한동훈 당시 대표는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을 처리하기 위해 본회의장으로 오라고 소속 의원들에게 수차례 지시했다. 그러나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에서 여의도 중앙당사로, 당사에서 국회로, 국회에서 당사로 세 차례나 변경했다. 그사이 윤석열, 한덕수 전 국무총리, 홍철호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통화했다. 결국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 표결에 참여한 건 18명에 불과했다. 추 전 원내대표 자신도 뻔히 국회 본청에 있으면서 표결에 불참했다. 고의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의결을 방해한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추 전 원내대표가 30일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내란특검에 출석했다. 의회민주주의를 유린한 계엄의 밤, 평범한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저항한 그 절체절명의 시각에 제 역할을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추 전 원내대표는 낯을 들 수 없어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그는 이날 자신에 대한 수사를 ‘편파수사’ ‘정치공작’으로 규정했다. 국민의힘도 서초동에서 내란특검을 규탄하는 현장 의원총회를 했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