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굿즈 전시품을 관람하며 대화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요청하자 곧바로 조치를 취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가 인수한 미국의 필리조선소에서 한·미 공동으로 한국의 핵잠수함을 건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추진한 핵잠수함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와 함께 현대전의 핵심 전략자산으로 평가된다. 장기간 은밀하게 잠행할 수 있고 속도도 빨라 전 지구적 작전이 가능하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북한의 핵무장으로 한반도 주변 안보 지형이 유동화되는 상황에서 핵잠 도입은 자주국방을 향한 큰 걸음을 내딛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 또한 만만치 않다. 핵 관련 무기체계를 한국이 도입하는 것은 남북관계는 물론 한·중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동·서해의 해역방어 활동으로 한정하겠다고 하지만, 국제사회는 미국의 대중국 봉쇄에 한국이 한발 더 깊숙이 들여놓는 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이 29일 정상회담에서 디젤 잠수함으로는 “북한이나 중국 쪽 잠수함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며 중국을 거론한 점은 적절한 설명이 필요하다.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차세대 추진력’을 갖춘 핵잠 도입에 의욕을 보인 터다. 러시아의 기술을 받아 핵잠을 추진 중인 북한 움직임도 빨라질 것이다. 한국의 핵잠 도입이 동북아 안보지형에 연쇄적 파장을 몰고 올 변수가 될 개연성도 커졌다.
핵을 동력으로 이용하는 것일 뿐이라곤 하지만, 핵을 ‘군사적 목적’에 이용한다는 점에서 핵잠은 재래식 무기체계와는 차원이 다르다. 핵잠이 북한 비핵화 명분을 약화할 우려가 제기되는 까닭이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한·미 양국이 핵 비확산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논평을 내놨다. 핵잠 도입에 따른 동북아 안보지형 변화, 한국의 대외전략에 미칠 영향 등을 정부가 정교하게 검토해야 한다.
핵잠 추진이 공식화된 만큼 이재명 정부는 국내외의 우려를 해소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핵잠의 활동 범위를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한정하고, 동력원인 연료도 프랑스·중국처럼 19% 이하 저농축우라늄을 도입해 한국이 핵 비확산 국제규범을 준수할 것임을 국제사회에 밝힐 필요가 있다. 다음달 1일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핵잠 도입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중국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