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과거와 미래를 교환하기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과거와 미래를 교환하기

입력 2025.10.30 19:49

수정 2025.10.30 19:56

펼치기/접기
  • 이훤 작가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문과 창 ⓒ이훤

문과 창 ⓒ이훤

얼마 전엔 다른 나라 무대에서 낭독회를 가졌다. 중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칭다오 국제학교 학생들에게 나의 한국어 시를 낭독하고, 그 시에 대해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였다. 한글로 읽은 문장은 자막을 통해 중국어로 화면에 보였다. 그들에게 물었다. “피곤하지 않나요? 계속 언어 사이에서 뛰어다니는 거.”

나는 오랫동안 이민자로 살았고, 칭다오에는 이주 경험이 많은 시민이 다수다. 발 딛는 터전뿐 아니라 오가는 언어도 땅이다. 타국어든 방언이든 여러 땅을 오가야 하는 삶은 수고롭다는 이야기를 두 언어를 오가며 전했다. 오랜만에 영어로 이야기하는 나는 조금 긴장했고, 한국어와 영어에 서툰 청소년 관객들은 서로 속닥댔다. 객석에는 반짝이는 눈으로 무대를 보는 독자도 있었지만 그들을 충분히 설득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이민자는 여러 개의 이름을 발명하며 삽니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강연자는 관객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다. 전해지고 있다고 믿어야 계속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가 되려면 긴 통로를 걸어야 합니다. 어려운 일입니다. 어려워야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나와 주변인들의 역사로 지은 커다란 도서관이니까요.”

영어로 말할 땐 진짜 표정을 가리는 게 더 쉽다. 이민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나 아닌 걸 나인 듯 체화해왔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 스미고 싶은 자들은 흉내에 능숙해진다.

그런데 한글로 쓴 시를 낭독하기 시작하자 그럴 수 없었다. 먼 나라에서 앓으며 쓴 문장들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모국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나밖에 없었다. 시를 읽다 혼자 14시간만큼 떨어진 타지로 비행해버린 것. 당시 더듬거리던 나와 10년을 살고도 여러 사정 때문에 전전긍긍하던 이주민을 전부 다시 만난 거다.

한국어로 말하는 동안 목소리가 계속 떨렸다. 소중하고 내밀한 걸 내놓는 동안엔 취약함을 숨길 수가 없게 된다.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아닌 척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끝까지 남아 질문해준 몇몇 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에게서 오래전 나를 보았다. 이주를 준비 중이라는 학생. 영어로 시를 쓰고 있지만 모국어만큼 자유롭지 않아 고민하는 독자. 집의 의미를 되묻고 있는 동료 작가. 그날 참석한 몇사람과 우리가 과거와 미래를 교환하고 있다고 느꼈다. 언어는 사건뿐 아니라 나를 통과한 수백명의 타인을 통째로 데려온다.

강연장에 데려간 그 시절의 나는, 독자들이 낭독회에 데려온 그 많은 타인을 보아버리고 만 것이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