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4000포인트대라는 전인미답의 고지에 올라섰다. 지난 4월9일의 연중 최저치 2284에서 채 일곱 달이 안 되는 기간 동안 그야말로 뜀박질하듯이 주가가 올라왔다. 역사적으로 보면 주가지수는 우상향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고, 코스피 역시 ‘결과적’으로는 이런 경로를 걸어왔다. ‘결과적’이라는 사족을 단 이유는 결국 주가지수는 시간을 두고 높아지지만, 그 중간 과정은 잘 닦인 고속도로가 아니라, 울퉁불퉁한 도로를 지나는 것과 같은 우여곡절을 겪곤 하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1000포인트대에 도달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네 자릿수 지수대에 올랐던 시기는 1989년 3월이었다. 3저 호황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정점에 달하던 때였다. 이후 IMF 외환위기를 겪는 등 시련의 1990년대를 보낸 후 2007년 7월이 되어서야 코스피는 2000포인트대에 처음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중국 경제의 고성장 과정에서 한국이 큰 수혜를 보고 있던 시기였다. 1000에서 2000포인트까지 코스피가 100% 오르는 데는 18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단기간 급등에 조정도 부지불식간
코스피는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의 저금리 국면이었던 2021년 1월에 3000포인트와 처음 조우한 이후 2025년 10월 현시점에서 4000포인트대에 올라섰다. 공교롭게도 2000포인트에서 4000포인트까지 100% 오르는 데 걸린 기간도 18년이었다. 18년 동안의 상승률 100%를 연평균 값으로 환산하면 3.9%다. 배당금 수취가 고려되지 않은 단순 코스피 등락률인데, 상장사들이 지급한 현금 배당까지 감안하면 주가지수에 투자해 연평균 5.5~6.0% 수익률이 기록됐다고 볼 수 있다.
관 주도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지배구조 개선(다수가 공유하고 있는 전망)과 장기적으로 나타날 달러 약세(찬반이 엇갈리는 필자의 주장) 과정에서 한국 증시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지난 4월 이후 나타났던 것과 같은 상승 속도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한국 증시에서 코스피가 3~4년 이상 연속으로 오르는 장기 강세장(secular bull market)이 마지막으로 나타난 시기는 2003~2007년이었다. 당시 코스피는 2003년에 29.2% 급등한 후 2004년에는 10.5% 오르면서 상승의 기울기가 완만해졌다.
이후 코스피는 2005년 54.0%, 2006년 4.0%, 2007년 32.3% 상승했다. 5년의 상승 기간 동안 급등세가 나타난 직후 해인 2004년과 2006년에는 상승률이 현저히 둔화됐다. 올해 코스피가 기록하고 있는 상승률 70.1%(10월29일 기준)는 1980년 이후 역대 네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미래가 과거와 똑같이 반복된다고 보는 건 맹목이겠지만, 가능성과 확률이라는 관점에서 2026년 시장에 대한 기대치는 낮출 필요가 있다.
다만 단기적인 등락을 염두에 두고 포지션을 조정하는 건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욕심과 공포에 휘둘리는 불특정 다수의 대중들이 만들어내는 시장의 등락을 계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과욕이다. 주가지수는 시간을 두고 상승하는 경향이 있지만, 주가의 상승세가 기간별로 균등하게 나타나는 건 아니다. 올 들어 코스피가 70.1%나 급등했다고 언급했는데, 2025년의 총거래일은 지금까지 199일이었다. 이 중 올해 주가가 가장 많이 올랐던 5거래일을 제외하면 연간 상승률은 47.7%로 줄어든다. 일일 성과가 좋았던 10거래일과 20거래일을 빼고 계산한 코스피 상승률은 각각 31.9%와 10.1%로 쪼그라든다.
시장이 좋을 때 시장에 들어왔다가, 나빠지기 전에 빠져나가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주가가 유독 많이 오른 며칠 동안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수익률은 급격하게 축소되는데, 이를 족집게처럼 잡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시간을 길게 가져가면 주가지수는 상승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낙관론을 견지하면서 시장에 참여하고 있어야 어느 순간 다가오는 상승의 기쁨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이다.
시간 이겨낼 수 있는 돈, 승률도 높아
올 들어 이렇게 단기간에 코스피가 급등할 걸 알지 못했던 것처럼 앞으로 맞이하게 될 조정도 부지불식간에 닥칠 것이다. 투자자들은 대체로 주식을 보유한 채로 약세장에 노출된다. 그렇지만 주식시장의 강력한 복원력은 기다리는 이에게 보답을 주곤 했다. 최근 10년 동안 주식시장의 굴곡을 돌아보자. 2018년 1월에 코스피는 반도체 대망론을 등에 업고 2598까지 상승했다. 당시 기준 사상 최고치였다. 이후 코스피는 약세를 이어가면서 코로나 팬데믹 탓도 있었지만 2020년 3월에 1457로 내려앉았다. 2018년 1월의 정점에서 시장에 투자한 이는 43.8%라는 급락세에 노출됐다. 그렇지만 이후 주가가 빠르게 반등하면서 2020년 11월에 2600을 회복했다.
2018년 1월의 역사적 고점에서 상투를 잡았던 투자자일지라도 2년10개월을 버티니 원금이 회복됐다. 이후 코스피는 강세를 이어가면서 2021년 7월 3305까지 상승했다. 정확히 고점에서 주식을 매도할 수는 없겠지만 2018년 1월의 역사적 고점 대비 코스피는 27.2%나 높아졌다.
직전의 사상 최고치였던 2021년 7월 코스피 3305에서 시장에 참여한 투자자가 계속 시장에 있었다면 2022년 9월의 저점 2155까지 34.7%의 하락세에 노출됐을 것이다. 2021년 7월 당시의 역사적 최고치를 코스피가 넘어선 시기는 2025년 9월이다. 이번에는 4년2개월이 걸렸다. 현재 코스피는 2021년 7월의 고점보다 23.4%나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이 칼럼에서 이야기하는 시장의 복원력은 시장을 대표하는 지수에 한정된다. 한국의 코스피, 미국의 S&P500 등과 같은 주가지수들 말이다. 개별 주식에 투자하는 행위는 일반화시키기 힘들 정도로 성과의 편차가 크다.
투자의 대상이 주식이건, 부동산이건, 코인이건 가격이 급등하는 자산은 상승세에 동참하지 못한 투자자들의 조바심을 키운다. 주식 투자는 좋은 일이지만, 3~5년 정도 주식시장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이겨낼 수 있는 돈으로 투자를 해야 승률을 높일 수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