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25일은 독도의날이다. 법정기념일은 아니지만 소홀히 할 수 없는 하루다. 대륙에서 홀로 떨어져 동해를 업고 위대한 높이로 솟아올라 먼발치에 일본 열도를 던져둔 독도. 이제 일본은 이런 기본적 사실을 고맙게 여기고 허튼소리 말아야 한다.
내가 만든 책을 소개하는 셈이라 퍽 조심스럽지만 작년 광복절 즈음 이 코너에 “1901년부터 2021년까지, 치열하게 전개된 120년의 근현대사를 횡단하듯 조감하는 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쓴 적이 있다. 충분히 고통스러운 개화-식민-독립-독재-민주-선진의 굽이굽이를 나름의 시선으로 요령 있게 요약한 다큐멘터리 북. 지난달에 완성해 <횡단 한국사>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내보냈다. 우리를 웃고 울린 역사는 깨알 같은 사건이 종횡으로 결합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책에도 독도의 안녕을 기원하고 의미를 묻는 내용이 명토 박혀있다.
크든 작든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는 사람들의 사소한 발밑이다. 언젠가 우리는 달이나 태양에 걸려 크게 넘어져 그 어딘가로 넘어가야 한다. 그 전에 돌멩이나 잔뿌리에 걸려 무너지기도 하는 것. 그럴 때마다 땅과 접촉한 면적이 곧 나의 넓이다. 독도, 격렬비열도, 마라도가 한껏 벌린 국토는 우리 삶의 터전이다. 이 한반도 지도를 토끼로 비유한 건 일본 지리학자다. 최남선은 이를 본때 있게 제압하듯 <소년> 창간호에 ‘맹호가 발을 들고 허우적거리면서 동아대륙을 향하여 나는 듯 뛰는 듯 생기있게 할퀴며 달려드는 모양’이라며 한반도를 호랑이로 표상한 그림을 실었다.(<횡단 한국사> 31쪽)
지난 주말 독도까진 못 가고 단양쑥부쟁이를 찾다가 충주 탄금대에 이르렀다. 저 호랑이의 배꼽쯤에 해당하는 우리 국토의 급소인 곳. 어둑한 길을 짚어나가는데 ‘탄금대기’가 쓰인 비석이 보인다. 더듬더듬 읽자니, 어라, 이건 최남선이 지은 글이 아닌가. 이렇게 나날의 일상이 역사와 종횡으로 또 연결된다.
탄금정에 쉬는데 앳된 여성이 꽃송이를 들고 까마득한 절벽인 열두대를 찾아오셨다. 이 야심한 시간에 무슨 사연일까. 문명의 불빛 지척에 깜빡거려도 개미 같은 개인은 지금도 이 어두운 땅을 보듬으며 사귀는 중! 한결 짙어진 어둠을 업고 솔밭길을 나오는데 그 어딘가를 횡단하는 기분, 자꾸 뒤를 돌아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