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같은 당 소속인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딸 결혼식 축의금 논란에 대해 한 말이다. 최 의원을 비판하는 사람들, 특히 야당 의원들이 그럴 자격이 있느냐는 말인 듯하다.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비판에 ‘네가 그럴 자격이 있느냐’고 대응한 셈이다. 비판할 자격을 따질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본인의 허물이 덮이진 않는다.
최 의원의 대응은 더 실망스럽다.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에서 딸 결혼식을 치르고, 카드 결제 기능이 담긴 모바일 청첩장까지 뿌렸다. 사후에 돌려줬다지만 피감기관과 과방위 관련 대기업 관계자들로부터 100만원 축의금도 받았다. 공직자 윤리에 반할 뿐 아니라 법 위반 소지도 있다. 딸 결혼 축의금 반환을 보좌관에게 시킨 것도 갑질에 가깝다. 그런데도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딸 결혼식에 신경을 못 썼다더니, 노벨 생리의학상과 노무현 정신까지 거론한다. 본인을 향한 비판은 사회적 가치관을 병들게 하는 암세포에 비유한다. 깨시민, 조절 T세포 운운하며 자신을 지켜달라고 한다. 경조사 재테크에 대한 놀랍도록 ‘창의적이고’ 독선적인 변명이다.
자식 키우는 사람 입장에서 최 의원 마음을 이해하는 측면도 있다. 8년을 원외로 있다가 다시 배지를 달았으니 딸 결혼식을 보란 듯이 치르고 싶었을 수 있다. 딸로서도 어머니가 국회의원인데 국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게 뭐가 문제 되겠느냐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최 의원은 그냥 어머니가 아니고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이다. 결혼식 시점도, 방식도 모두 과했고 잘못됐다는 걸 알았으면 사과하고 반성할 일이지 궤변으로 뭉개고 넘어가려는 태도는 문제다. 특히 유권자들의 화를 키우는 건 최 의원 논리의 저변에 깔린 독선과 이중성이다.
최 의원과 민주당 일각의 방어 논리를 보면 특징이 있다. ‘건강세포와 암세포’ ‘적과 나’ ‘너희 중 죄 없는 자’. 교묘하게 적을 만들고 편을 나눈다. 나는 선이고 나를 비판하는 이들은 악인데, 비판에 앞서 당신은 어느 편인지 따져보고, 그 비판이 어느 편을 유리하게 만들지 생각해보라는 식이다. 이런 태도는 상임위 운영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지난 20일 비공개로 열린 과방위 업무보고에서 자신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문제 삼아 MBC 보도본부장을 퇴장시켰다. 그는 MBC 기자들의 항의에 “친국힘 보도가 언론자유냐”라고 대응했다. 왜 국민의힘을 놔두고 나를 비판하느냐는 말이다. 최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두고도 국가검열 심화, 권력자 보호 강화 등을 초래할 독소 조항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는 ‘언론 개혁’의 일환이라며 밀어붙이고 있다.
최 의원은 2013년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 법안에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그때 그 문제의식이 국회 상임위원장으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여당 핵심 정치인이 된 지금, 왜 본인에게는 적용되지 않을까. 양자역학을 공부하더니 공직자 윤리는 평행우주로 날려보낸 것인가. 윤석열 정권에서 임명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최 의원의 비판은 추상같았다. 그는 이 전 위원장이 방통위 업무 관련 기업의 주식을 보유했다며 “해임 외 선택지가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렇다면 피감기관과 기업 관계자들에게서 고액의 축의금을 받은 본인도 책임을 져야 한다. 시민의 힘으로 암세포의 공격으로부터 지켜달라는 최 의원의 태도는 남에게는 매섭고 본인에게는 너그러운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최 의원의 모습은 최근 여당의 이미지와도 겹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추미애 위원장의 질서유지권 남용 등 “개혁 완수”를 앞세운 독선적 운영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정감사 출석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야당 시절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국감 출석 필요성을 역설하던 민주당은 이제 김 실장 출석 주장은 정치공세라고 방어하는 데 여념이 없다.
많은 유권자들이 최 의원과 민주당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 “비판은 인간의 몸에 있는 통증과 같은 기능을 한다. 그것은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 주의를 환기시킨다.” 윈스턴 처칠의 말이다. 왜 비판이 필요한지, 비판에 주의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경고한 것이다. 통증이 치명적 질병으로 번지기 전에 최 의원과 민주당은 여론의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한다.
박영환 정치국제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