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3차전 8회 등판 LG 유영찬, 갑작스러운 제구 난조 역전 허용
PS 줄곧 부진하던 김서현은 4점차 리드 지키고 감격 눈물 펑펑
팀 승패 짊어진 양 팀 젊은 마무리들, 예측불허 승부 ‘전력투구’
희비 지난 29일 대전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LG와 한화의 마무리 투수 희비가 엇갈렸다. LG 유영찬(오른쪽 사진)은 8회말 블론세이브에 역전까지 허용한 반면, 한화 김서현은 9회 7-3 팀 승리를 지켜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한국시리즈 3차전, LG 마무리 유영찬(28)이 무너졌다.
LG가 한화를 3-1로 앞서던 8회말 1사 1·3루 등판한 유영찬은 문현빈에게 적시타를 맞았고, 노시환을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채은성에게 볼넷을 내줘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갑자기 제구가 전혀 되지 않았다. 황영묵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줘 동점을 허용하더니 이어진 2사 만루에는 심우준에게 2타점 2루타를 얻어맞고 3-5로 역전을 내줬다. 1·2차전을 완승했던 LG는 8회말에만 6실점, 3-7로 졌다.
이날 한 박자 빠르게 불펜을 운용한 염경엽 LG 감독은 “(앞서 등판한) 송승기의 구속이 떨어졌다고 판단했다. 유영찬이 이틀 쉬었고 구위도 나쁘지 않아 승부를 걸었다”며 “결국 유영찬이 잘해줘야 한다. 정신적으로 조금 흔들렸지만 이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경기에서도 유영찬을 믿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단기전일수록 요동치는 불펜, 그래도 답은 결국 마무리가 갖고 있다.
2025년 가을 야구는 뒷문이 메인 스테이지다. 마무리 투수들이 시리즈를 좌우하며 ‘스토리’도 만들고 있다.
팔꿈치 부상 여파로 시즌을 늦게 시작하고도 두 시즌 연속 20세이브 이상을 따낸 LG 마무리 유영찬의 좌절과 맞물려 한화 마무리 김서현(21)은 드라마틱하게 반등했다.
정규시즌 69경기에서 33세이브를 거두고 한화를 7년 만의 가을야구로 이끈 김서현은 시즌 막바지 급격히 흔들렸다. 한화가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역전 우승 기회를 노리던 지난 1일 인천 SSG전에서 5-2로 앞서던 9회말 2사후 2점 홈런 2개를 맞고 역전패해 LG에 우승을 내준 이후, 충격은 가을야구로도 이어졌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점 차 세이브 상황에 나가 0.1이닝 동안 홈런 포함 3피안타 2실점 한 김서현은 4차전에서도 4-1로 앞선 6회 1사 1·2루에서 삼성 김영웅에게 3점 홈런(0.2이닝 1피안타 2볼넷)을 맞았다.
한화 벤치는 지속적으로 김서현의 멘털 회복을 위해 배려해왔다. 실현되진 않았지만 4차전 충격패 뒤 “5차전에도 김서현을 마무리로 쓰겠다”고 한 김경문 감독의 발언은 엄청난 논란이 되었다.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야 김서현은 고개를 들 수 있었다. 팀이 1-2로 뒤진 8회초 1사 1·3루 LG 4번 오스틴 딘과 승부에서 투스트라이크를 잡고도 폭투로 추가점을 준 김서현은 8회말 6점을 뽑은 타선 덕분에 역전한 뒤 9회 4점 차 리드를 지켜 승리 투수가 됐다. 김서현은 펑펑 울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숨기지 못했다. 김서현은 “힘든 일이 많았다. 너무 오랜만에 잘 막았다. 9회를 막은 것도 오랜만”이라며 “최대한 빨리 일어서고 싶었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털어놓았다. “이 좋은 기억과 자신감을 새겨두고 더 열심히 준비해서 남은 경기에서는 더 안전하게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뒷문의 희비는 팀의 희비로, 팬들의 희비로 이어진다. 한 경기에 생사를 거는 포스트시즌, 그중에서도 최종무대인 한국시리즈에서 젊은 마무리 둘이 가장 무거운 짐을 진 채 또 어디로 흘러갈지 모를 2025년 가을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유영찬은 지난해, 김서현은 올해 마무리를 처음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