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인터뷰하다
박산호 지음 | 쌤앤파커스 | 248쪽 | 1만8000원
죽음은 비일상적인 비극으로 여겨진다. 예측할 수 없기에 두렵고 그에 따른 상실은 아프다. ‘누구나 죽는다’는 진실을 자주 생각하지 않고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건, ‘죽음’이란 말에 따라붙는 부정적인 감정이 겁나서일지도 모른다.
번역가이자 작가인 저자는 다섯 명의 ‘죽음 전문가’를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이은주 요양보호사, 유재철 장례지도사, 조지훈 펫로스 상담사, 홍성남 신부, 김여환 호스피스 의사가 그 대상이다.
수많은 작별을 지켜본 이들은 문답식으로 제시되는 대화 속에서 죽음의 구체적인 얼굴을 이야기한다. 질병으로 하루하루 엄습하는 죽음의 전조를 몸으로 겪어내는 이들이 있다. 예고 없이 불현듯 덮쳐오는 죽음도 있다. 떠나는 자가 있고 남아서 애도하는 자가 있다.
하는 일은 다르지만, 죽음의 곁에서 일하는 이들에게서는 형언하기 어려운 초연함이 공통으로 느껴진다. 대통령부터 무연고자까지 다양한 이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유재철 장례지도사는 “살아 있을 때 자주 생각해서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잘 죽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암 환자들의 마지막을 숱하게 지킨 김여환 호스피스 의사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모두가 죽음의 내막을 세세히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정보를 나누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마음의 준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서다.
삶의 유한함을 정확히 인지할수록 우리는 삶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하루에 세 번은 죽음을 생각하게 됐지만, 희한하게도 행복감이 밀려온다고 했다. 살아 있음에 감사한 점을 더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다. 생의 끝에 ‘그래도 잘 살았다’고 되뇔 수 있으려면,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채워야 할까.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닌 삶에 대한 고민을 일깨우는 대화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