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치
소희 지음 | 이매진 | 295쪽 | 1만8000원
헌법 제33조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명시하며 노동3권을 보장한다. 비정규직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회사의 승인 없이도 노조를 만들거나 이에 참여할 수 있고, 사측이 이를 방해하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하지만 법의 이상과 달리 ‘노조할 권리’는 쉽게 지켜지지 않는다.
2015년 4월, 경북 구미에 있는 아사히글라스의 하청업체 GTS가 비정규직 노동자 16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5월29일 노동자들은 이에 반발하며 아사히비정규직노조를 설립했다.
그러나 원청인 아사히글라스는 노조 결성 한 달 만에 돌연 GTS와의 도급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GTS는 소속 노동자 178명을 문자메시지로 해고한 뒤 폐업했다. 2017년, 해고노동자 중 23명은 자신들이 원청사로부터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받는 ‘불법파견’ 관계에 있었다며 아사히글라스 소속 노동자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시작했다.
지난해 8월1일 아사히글라스 노동자들이 해고 9년 만에 공장으로 다시 출근했다. 차헌호 아사히글라스지회장(왼쪽)과 오수일 수석부지회장이 양손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이들이 불법파견을 인정받고 정규직으로 일터에 돌아간 것은 2024년, 해고부터 복직까지 꼬박 9년이 걸렸다.
<파치>는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지회 차헌호 지회장의 이야기를 필두로 9년간의 투쟁을 돌아본다. 이들은 9년간의 갈등이 아사히글라스의 노조 혐오적 행태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노동권을 요구하는 자신들이 ‘파치’(깨어지거나 흠이 나서 못 쓰게 된 물건)처럼 버려졌다는 것이다. 자신을 ‘경상북도 성주군에서 사드를 반대하는 주민’이라고 소개한 저자는 노조에 연대하는 마음을 담아 9년의 여정을 기록했다. 이들의 증언은, 노동 투쟁의 면면을 따뜻한 마음으로 들여다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