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로봇의 섬
피터 브라운 글·그림 | 이정희 옮김 | 거북이북스 | 48쪽 | 2만2000원
사람들은 멋진 풍경을 만나면 ‘동화 같다’고 말한다. 로즈가 불시착한 이 섬이 딱 그렇다. ‘바다 한가운데, 굽이치는 파도 위로 섬 하나가 우뚝 솟아 있었어요. 섬에는 너른 풀밭이 있었고, 숲과 강이 있었고, 많은 동물이 살았지요.’
배에서 떨어진 상자 하나가 해안으로 밀려왔다. 상자 속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새 로봇이 들어 있었다. 팔다리가 길쭉하고 은빛 몸통을 가진, 그의 이름이 바로 로즈다. “여기가 바로 내가 있어야 할 곳이야.”
하지만 로즈는 바로 깨달았다. 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야생에 적응해야 한다는 걸. 우선 동물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하기 시작했다. 사슴은 껑충, 메뚜기는 폴짝, 뱀은 스스륵… 다음은 부엉이와 꽃게를 보며 숨는 법을 배웠다. 응용을 잘못한 건가. 산호초를 뒤집어쓴 채 두 눈을 부릅뜬 로즈의 모습이 너무 깜찍하다.
그렇게 섬의 일원이 돼가던 어느 날이었다. 로즈는 어미 잃은 기러기알을 발견했다. 둥지를 만들어 넣어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새끼 기러기가 태어났다. 이 작고 소중한 생명체를 안고 로즈는 다짐했다. “브라이트빌, 이제부터 내가 네 엄마란다.”
아기 기러기는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랐다. “엄마, 저 걷는 거 어때요?” “엄마, 저 수영하는 것 좀 보세요!” “엄마, 제가 날고 있어요.” 그러던 브라이트빌이 로즈의 어깨에 앉아서 말한다. “엄마 잠시 섬을 떠나야 할 거 같아요.” 겨울이 오기 전에 남쪽으로 날아가야 한다고 ‘본능’이 속삭인 것이다. 하얀 겨울을 그리움으로 보낸 로즈에게 꽃분홍 봄이 찾아왔다. 엄마와 아들은 그렇게 다시 함께가 됐다.
이 모자의 더 많은 이야기는 저자의 원작 소설 <와일드 로봇>과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