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미국 네바다 사막에서 시행된 핵실험으로 생긴 분화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실험 재개 선언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으로 종식된 줄 알았던 냉전 시대의 세계 핵 군비 경쟁을 다시 촉발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러의 위협에 대한 대응이라고 했지만, 미국 내 핵 전문가들은 핵실험 재개가 미국에 오히려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른 나라들이 핵실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도 동등한 수준의 핵실험을 재개하라고 전쟁부(국방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핵무기 비축량을 늘리고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핵전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나라들이 핵실험을 하고 있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 지난 25년 동안 핵실험을 해온 유일한 국가는 북한이다. 북한의 마지막 핵실험은 2017년이다. 러시아는 35년, 중국은 29년 동안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미국 내에서 커지고 있는 핵실험 재개 목소리는 “과학적 필요성보다 정치적 필요성에 의한 것”이라며 “일본에 두 발의 원자폭탄을 투하해 핵 시대를 연 미국이 여전히 이 최종 병기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음을 부상하는 강대국들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킷 판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NYT에 “미국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최대 폭발 용량으로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는 허가권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누군가 (핵실험) 유예를 어기면 러시아는 그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하면 자신들도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그 어느 나라도 갖지 못한 슈퍼컴퓨터와 엑스선 장비, 레이저 시스템 등 광범위한 최첨단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굳이 핵실험을 하지 않더라도 자국 무기의 살상력을 검증할 수 있다면서, 핵실험 재개는 오히려 미국에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초의 원자폭탄이 만들어진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의 전 소장인 지그프리드 S. 헤커 교수는 “핵실험 금지 협정을 준수하는 한 미국은 우리가 보유한 첨단 핵무기 분야의 엄청난 우위를 경쟁국이 따라잡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마지막 핵실험은 1992년에 이뤄졌는데 핵실험장으로 썼던 네바다 사막의 실험 장비는 이미 파손되거나 없어져, 실험을 재개하려면 최소 18개월의 준비 기간이 걸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언제든 신속하게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는 지하 핵실험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