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왕 찰스 3세의 동생인 앤드루 왕자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 들어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억만장자 성범죄자 고 제프리 엡스타인과 연관된 성범죄 의혹을 받아 온 영국 앤드루 왕자가 왕자 작위를 박탈당했다고 30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버킹엄궁은 이날 영국 국왕 찰스 3세가 “오늘 앤드루 왕자의 작위, 칭호, 영예를 박탈하기 위한 공식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앤드루 왕자는 엘리자베스 2세의 차남이자 현 국왕 찰스 3세의 남동생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그는 왕자 칭호를 잃고 앞으로 ‘앤드루 마운트배튼 윈저’로 불리게 된다. 현 거주지인 윈저성 인근 로열 롯지에서도 나가야 한다.
버킹엄궁은 성명에서 “그(앤드루 왕자)가 자신에 대한 혐의를 계속 부인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폐하(찰스 3세)께서는 모든 형태의 학대 피해자와 생존자들에게 깊은 애도와 지지를 표하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그럴 것임을 분명히 하셨다”고 전했다.
앤드루 왕자는 성범죄자 엡스타인과 그의 옛 연인 길레인 맥스웰을 통해 알게 된 미성년자 여성을 수차례 성착취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피해 여성인 버지니아 주프레의 주장에 따르면 그녀가 앤드루 왕자와 처음 만난 것은 2001년 3월이다. 앤드루 왕자는 41세, 주프레는 17살 때다.
미국 태생인 주프레는 첫 만남 이래 총 세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면서 2021년 앤드루 왕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앤드루 왕자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주프레가 제기한 손해배상 민사소송에는 합의해 수백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주프레는 올해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앤드루 왕자는 이달 17일 전통적으로 국왕 차남에게 주어지는 ‘요크 공작’ 작위를 포함한 모든 왕족 훈작을 포기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주프레의 사후 회고록 <노바디스 걸(Nobody’s Girl)>이 이달 하순 출간되면서 폭로와 비판이 이어지자 왕실 차원에서 더 강한 조치를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BBC에 따르면 주프레는 책에서 앤드루 왕자가 자신과의 성관계를 “본인의 타고난 권리라고 믿는 것처럼 보였다”며 자신이 “성노예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AP는 “영국에서 왕자나 공주가 작위를 박탈당한 전례는 거의 없다”며 “1919년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 편을 든 어니스트 아우구스투스 왕자가 마지막 사례”라고 전했다. 주프레의 가족은 찰스 3세의 결정을 환영하며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미국 소녀가 자신의 진실과 비범한 용기로 영국 왕자를 무너뜨렸다”고 말했다고 AF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