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이재명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경향신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다자무역 시스템을 함께 지키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이행하자”고 제안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APEC 정상회의 본회의 연설에서 “복잡하고 불안정한 국제정세 속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시대가 격동할수록 우리는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 “다자 간 무역 체제를 공동으로 수호해야 한다”며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주의 무역 시스템의 권위와 유효성을 제고하자”고 말했다.
이어 “개방적 지역경제 환경을 공동으로 조성하자”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확대를 활용해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APFTA)를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시 주석은 공급망의 안정적 운영, 무역의 디지털·녹색화, 포용적이고 공정한 발전 추진 등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올해 중국과 수교한 아프리카 최빈국에 무관세 조치를 시행한 사실을 언급하며 더 많은 개발도상국의 현대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의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에도 고차원적 대외개방을 약속했다며 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세계에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특별연설 후 본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은 채 전날 출국한 가운데 이뤄졌다.
APEC은 1989년 만들어졌으며 본부는 싱가포르에 있다. 경제력이 성장한 아시아 각국이 새로운 농산물·원자재 시장이자 생산기지로 각광받으면서 미국과 호주, 멕시코 등이 가세해 결성됐다.
1980년대 유럽의 농업보조금 문제 때문에 아세안과 유럽 간 농산물 수출을 둘러싼 분쟁이 벌어졌는데 아세안 장관협의를 통해 이 문제를 다뤘다. 이를 계기로 개도국과 선진국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넓히며 APEC 창설로 이어졌다. 유럽을 우회한 세계화 전략의 산물이다. 중국은 2001년 9번째 회원국으로, 한국은 2005년 13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중국은 미·중갈등 국면에서 APEC을 미국과의 대화 채널로 활용해 왔다. 중국 입장에서 APEC은 미국이 세계화를 위해 아시아와 협력했다는 상징성 높은 기구이며,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중·러 중심의 국제기구와 달리 군사적 긴장과 안보 대결이 부각이 덜 된다는 장점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들고 나오자 둔 중국은 APEC을 ‘중국이 기회를 제공하는 다자주의’를 설파하며 우군을 확보하는 틀로 활용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페루 리마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는 페루, 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과 기반시설 공사, 농산물 수입 계약을 포함한 각종 협정을 맺었다. 2023년 11월과 2024년 11월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APEC 정상회의 기간 이뤄졌다. 내년도 APEC 정상회의는 중국에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