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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31일 낮 12시 경기 광명시 충현중학교 1층 유리창 앞으로 학생들이 나란히 섰다.

새가 지나가면 눈길이 갔고 그러다 보니 투명한 유리창에 부딪혀 다치거나 죽는 새들이 보였다.

새가 죽는 모습을 더 지켜볼 수 없었던 학생들은 유리창을 바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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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들은 유리창에 흰 점을 박았다···새를 살리기 위해

입력 2025.11.01 08:00

수정 2025.11.0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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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혜림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31일 낮 12시 경기 광명시 충현중학교 1층 유리창 앞으로 학생들이 나란히 섰다. 학생들은 유리창 크기를 재더니 테이프를 세로로 붙이고 꼼꼼히 눌러낸 뒤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남은 자리엔 하얀 점들이 줄줄이 박혔다. 학생들은 이 점들을 ‘생명의 점’이라 불렀다.

유리창과 방음벽 등에 새가 부딪혀 죽는 조류충돌(버드스트라이크)을 막기 위해 청소년들이 나섰다. 이날 충현중 1학년 학생 107명은 환경단체 ‘자연의벗’과 함께 ‘새유리대작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새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던 유리창을 직접 바꿔내며 학교를 ‘새와 공존하는 공간’으로 가꾸었다.

경기 광명시 충현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충현중학교 유리창에 조류 충돌방지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경기 광명시 충현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충현중학교 유리창에 조류 충돌방지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새유리대작전은 새가 충돌할 수 있는 유리창 건물을 제보해 ‘새 유리(새를 위한 새로운 유리)’로 바꿔내는 캠페인이다. 지난 8월 자연의벗이 참여자를 모집하자 100명이 넘는 충현중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 와달라”며 요청했다. 129명의 제보자 중 117명이 충현중 교사·학생들이었다.

산 아래 있는 충현중에는 되새·박새·딱따구리·직박구리 등 갖가지 새들이 찾아온다. 1학년 기술·가정 수업에서 새들에게 ‘인공 새집’을 만들어 준 학생들은 새들과 각별했다. 새가 지나가면 눈길이 갔고 그러다 보니 투명한 유리창에 부딪혀 다치거나 죽는 새들이 보였다. 새가 죽는 모습을 더 지켜볼 수 없었던 학생들은 유리창을 바꾸기로 했다.

경기 광명시 충현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충현중학교 유리창에 조류 충돌방지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경기 광명시 충현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충현중학교 유리창에 조류 충돌방지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이날 장원준군(13)은 조류충돌 문제를 알리기 위해 직접 무대에 섰다. ‘새 박사’로 불리는 원준군은 유튜브 영상으로 처음 이 문제를 접했다. 곧장 학교 주변 방음벽으로 달려간 원준군은 작은 되새 다섯 마리가 한꺼번에 죽어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원준군은 “‘죽는 새가 얼마나 많다고 유리창을 바꾸냐’고 말할 수 있지만 그렇게 몇 마리가 쌓여 (한국에서만)하루 2만 마리가 죽는다”며 “(사람이) 갑자기 길을 가다 죽는다고 생각하면 허무하듯 새의 처지에서 이 활동을 진지하게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뒤이어 강의를 맡은 김영준 국립생태원 실장은 이날 아침 학교 인근 방음벽 아래에서 발견한 상모솔새와 오색딱따구리 사체를 보여줬다. 죽은 새의 모습에 학생들이 탄식을 뱉었다. 한 학생이 “억울하게 죽은 새들을 위해 우리가 뭘 할 수 있냐”고 묻자 김 실장은 “여러분이 계속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답했다.

경기 광명시 충현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충현중학교 유리창에 조류 충돌방지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경기 광명시 충현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충현중학교 유리창에 조류 충돌방지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학생들은 낮 12시부터 본격적으로 조류충돌 방지 스티커를 부착했다. 마른 수건으로 먼지를 닦고 간격을 맞춘 뒤 테이프를 붙였다가 떼어내자 하얀 스티커들이 고르게 남았다. 학생들은 “똑바로 붙여!”, “거기 좀 더 눌러!”하고 투덕거리면서도 스티커가 떨어지지 않도록 집중해 테이프를 떼어냈다. 이들이 지나간 자리마다 하얀 점들이 생겨났다.

김학준군(13)은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새가 매년 800만 마리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어른들이나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거나 법을 지정해서 새가 죽지 않는 건물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하윤양(13)은 “우리 좋으라고 만든 건물이 새들을 죽이고 있다는 말에 죄책감이 들었는데 새로운 창문으로 죽는 새의 수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이날 자연의벗은 학생들에게 벌새 모형이 달린 열쇠고리를 선물했다. 김지현 자연의벗 시민행동팀장은 “벌새는 손톱만큼 작지만 큰불이 나면 포기하지 않고 물을 퍼다 나르는 새”라며 “우리 학생들도 조류충돌이란 문제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작은 일에 나서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경기 광명시 충현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충현중학교 유리창에 조류 충돌방지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경기 광명시 충현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충현중학교 유리창에 조류 충돌방지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활동을 마친 학생들은 1층 건물 아래 모여 종이 상자로 직접 만든 팻말을 들었다. “허무한 새의 죽음을 줄입시다”, “새가 죽으면 인간도 죽는다”라고 쓰인 팻말을 흔드는 사이 학생들 위로 창문에 박힌 ‘생명의 점’들이 반짝였다.

경기 광명시 충현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충현중학교 유리창에 조류 충돌방지 스티커를 부착하는 ‘새유리 대작전’활동 후 조류 보호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권도현 기자

경기 광명시 충현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충현중학교 유리창에 조류 충돌방지 스티커를 부착하는 ‘새유리 대작전’활동 후 조류 보호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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