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수천 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 국경 없는 슬픔 (10월27일)
10·29 이태원참사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추모공간 ‘별들의집’에서 희생자들의 사진을 벽에 건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문재원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앞두고 기억과 소통의 공간인 ‘별들의집’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3년 전 이태원 참사로 머나먼 타국에서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이 우리 정부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이란, 러시아, 미국, 호주, 중국, 일본 등 12개국에서 온 유가족 46명은 지난 25일 참사 현장인 이태원 ‘기억과 안전의 길’을 찾아 헌화하고, 26일에는 별들의집을 방문했습니다. 그간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던 희생자 7명의 사진이 별들의집 벽에 걸렸습니다. 한국 유가족들은 외국인 유가족들에게 ‘변치 않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보라색 리시안셔스를 전했습니다.
27일 월요일자 1면 사진은 이태원 참사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들이 별들의집 벽에 걸린 가족의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입니다. 한 희생자의 가족은 “와서 보니 너무 아름다운 별들이 떠 있다. 아직 살아있는 것 같다”며 울먹였습니다. 내·외국인 유가족들은 이날 서로를 위로했습니다. 감정이 드러나는 사진은 한 번 더 시선이 갑니다. 그게 눈물일 경우는 더 그렇습니다. 눈물 사진이 많다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겠지요.
■ 손에 손잡고 기념촬영 (10월28일)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아세안 정상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우 칸 솜 미얀마 외교부 사무차관,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 사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 총리,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이 대통령,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 손싸이 시판돈 라오스 총리. 김창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1박2일 일정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27일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업그레이드를 위한 협상 개시를 제안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오늘날 우리는 보호무역주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새로운 지경학적 위기에 봉착해 있다”며 “아세안+3(한·중·일) 협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8일 1면 사진은 이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입니다. 정상들의 단체 기념사진 포즈는 딱 두 가지입니다. 차렷자세의 사진과 팔을 ‘X자’로 만들어 손을 맞잡는 사진이죠. 움직임이 있는 사진은 그렇지 않은 사진보다 힘이 있습니다. 이날 정상들의 기념사진과 다퉜던 1면 사진 후보는 사상 처음 4000고지에 오른 코스피 종가 사진입니다. ‘사상 처음’이라는 매력적인 수식어를 달았지만, 정상회의 사진에 밀렸습니다. 코스피 3000을 탈환한 이후 100포인트씩 오를 때마다 그날의 종가 사진은 1면 사진 후보가 되곤 했습니다. 1면 사진 탈락은 반복적으로 봤던 식상함이 작용했습니다.
■ 미 항모에서 나란히 (10월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요코스카 미 해군 기지에 있는 원자력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옆에 선 가운데 장병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8일 일본 도쿄 영빈관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일·미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동맹”이라며 “일본과 미국을 더욱 강하고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일·미 동맹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항상 일본에 대해 깊은 애정과 존경을 품어왔다. 이 관계는 이전보다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화답했습니다. 40분간 진행된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일본의 방위비 조기 증액, 조선·희토류와 관련한 양국 협력, 일본의 5500억달러(약791조원) 대미 투자 이행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1면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의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에 다카이치 총리와 함께 올라 연설을 하는 장면입니다. 두 정상은 미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을 함께 타고 해군기지로 이동해 항공모함에 승선했습니다. 악수하고 테이블에 앉아서 회담하는 사진보다 마린원을 타고 항공모함에 오른 사진이 양국의 동맹의지를 더 잘 설명할 수 있겠지요. 전형적인 악수 사진이 아닌 데다가, 다카이치 총리의 표정과 제스처가 1면 사진 선택을 부추겼습니다.
■ 금색 넥타이 매고 금관 선물 ‘황금빛 외교’ (10월30일)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특별 제작한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주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열고 교착 상태에 있던 한·미 관세협상을 타결했습니다. 핵심 쟁점인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현금 2000억달러와 조선업 협력 1500억달러로 구성하고, 연간 투자액을 최대 200억달러로 했습니다. 또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위한 후속 협의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고,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했습니다.
30일자 1면 사진은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를 하는 모습입니다. 금 190돈 등이 사용됐다는 무궁화대훈장과 역시 상당한 양의 금이 사용된 금관은 황금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저격했습니다. 트럼프는 “매우 특별하다”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는 평이하고 상투적인 사진설명을 쓰지 않을 수 있는 1면 사진이었습니다.
■ 6년 4개월 만에 보고, 처음 보고 (10월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나래마루에서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0일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나래마루에서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두 정상은 펜타닐 관세 인하, 희토류 수출 통제 1년 유예 등 양국 무역갈등을 완화하는 방안에 합의했습니다. 두 정상의 대면은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4개월만입니다. 한편 이날 오후 이재명 대통령와 다카이치 사나이 일본 총리는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이 그 어느 때보다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강화해야 할 때”라며 “양국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협력해 나가면 국내 문제뿐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들도 얼마든지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과 한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그간 구축해온 일·한 관계의 기반을 바탕으로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유익하다고 확신한다”고 밝혔습니다.
1면 사진은 미·중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 사진을 나란히 붙여썼습니다. 미·중 정상회담이 주목도가 더 컸습니다만,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와의 첫 회담도 1면에서 빠질 수 없는 사진이었습니다. 두 사진 중 어느 사진을 메인으로 쓸지를 두고 고민했습니다. 결국 비슷한 앵글, 같은 크기의 사진을 나란히 쓰기로 했습니다. 다른 조간신문들은 일제히 미·중 정상회담 사진을 메인 사진으로 썼습니다. 1면 사진에 정답은 없지만 모두 ‘예’라고 답할 때, 홀로 ‘아니요’라고 한 것 같아 생각이 많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