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 연구팀, 관계 규명
잠잘 때 숨이 잠깐씩 멈추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그 원인으로 수면무호흡 상태가 뇌의 노폐물 배출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밝혀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와 고려대 의대 인간유전체연구소 신철 교수, 미국 하버드대 의대 로버트 토마스 교수 등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를 국제학술지 ‘미국 호흡기중환자의학저널’에 발표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진은 수면무호흡증이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지는 과정을 아교림프계의 역할이 좌우할 것으로 보고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에 참가한 성인 1110명을 4년 이상 추적 관찰해 검증했다.
아교림프계는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베타아밀로이드를 비롯, 뇌에 축적되는 다양한 노폐물을 배출하는 체계로 깊은 잠에 들었을 때 가장 활발히 작동한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뇌로 가는 산소 공급이 줄어들고 자주 잠에서 깨기 때문에 수면의 질이 악화되며 장기간 방치하면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넘어 치매 등 뇌질환 위험까지 높인다.
연구에선 수면무호흡증이 뇌의 퇴행성 변화를 부르는 구체적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아교림프계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자기공명영상(MRI)에서 관찰되는 아교림프계 지표 점수가 유의미하게 낮았다. 이에 따라 인물·장면 등을 얼마나 잘 기억하는지를 평가하는 시각 기억력 점수도 뚜렷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면무호흡증이 인지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과정에 아교림프계의 기능이 떨어지는 단계를 거친다는 점을 확인한 결과다. 수면무호흡증이 심해질수록 이런 양상은 더욱 강하게 재확인됐으며, 반대로 양압기 치료나 생활습관 개선 등으로 수면무호흡이 호전된 환자는 아교림프계의 활성도와 기억력이 회복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수면무호흡 상태가 자는 동안 뇌 속 노폐물을 배출하는 기능을 떨어뜨리며 그 결과 최종적으로는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까지 이어지는 인과관계를 확인한 것에 이번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치매 예방을 위해 양압기 치료 등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치료 지침을 향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창호 교수는 “잘 자는 것이 곧 뇌 건강을 지키는 길임을 명심하고,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