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라도 적은 줄 모르겠는 것
무엇일까요?
무엇일까요?
바로 바로,
고양이!
고양이예요
고양이, 고양이, 이상한 고양이
아무리 많아도 많은 줄 모르겠고
단 한 마리라도 적은 줄 모르겠어라
고양이를 알지 못하는 당신은
다른 답을 댈 테지요
아무리 많아도 많은 줄 모르고
단 하나라도 적은 줄 모를 것?
당신은 쑥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릴라나요
사랑이어라~
황인숙(1958~)
고양이가 온다. 세상의 모든 신비를 품고 온다. 고양이는 밤에도 낮에도 유리구슬을 굴리며 온갖 빛들로 온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들만이 암호처럼 알고 있는 신비한 빛과 노래들.
시인은 우리에게 수수께끼 하나를 낸다. “아무리 많아도 많은 줄 모르겠고” “단 하나라도 적은 줄 모르겠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 질문에 시인은 “고양이!”라고 스스로 대답한다. 고양이는 이상한 마술 같다. 그렇게나 많아도 혹은 적어도 언제나 세상의 모든 것이 되어버리니.
고양이를 너무 사랑해서 매일 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시인.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것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에서 사는 일이다. 고양이와 함께 살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수수께끼의 답을 “사랑이어라”라고 답할 것이다. 그렇다. 그것도 맞다. 고양이는 사랑이니까. 수수께끼 같은 사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