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모두를 위한 새벽배송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모두를 위한 새벽배송

입력 2025.11.02 19:55

수정 2025.11.02 20:03

펼치기/접기

지난 8월12일 쿠팡의 배송 자회사 쿠팡CLS의 택배기사가 업무 중 쓰러져 사망했다는 사실이 최근에야 보도됐다. 숨진 50대 택배기사는 종종 7일 연속 근무를 하거나 하루 12시간 넘는 노동을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류·택배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하는 사고가 늘고 있다. 사망한 10명 가운데 7명이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등으로 인한 과로사다. 2024년 택배업 사망현황에 따르면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는 코로나19 기간을 거쳐 4배 이상 증가했다. 이 시기에는 쿠팡이 주도하는 새벽배송과 빠른배송이 물류·유통 산업의 초고속 성장을 견인했다. 이후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는 ‘e커머스 시장’의 성장은 한국 사회의 소비습관 자체를 바꾸어버렸다. 이제 사람들은 마트에 가서 쇼핑하는 대신 가까운 편의점에 있는 물건조차 배달앱을 통해 주문하는 데 익숙하다. 쿠팡은 이제 물류산업의 절대강자가 되었다. 하나의 기업이 모든 사람의 ‘습관’을 바꾸었을 때, 사회는 그 기업을 ‘혁신의 아이콘’으로 추앙한다.

물론 2020년 당시 28세였던 장덕준씨가 쿠팡물류센터 야간노동 끝에 가슴을 움켜쥐며 사망한 사건에 대해 사람들은 분노하기도 했었다. 새벽배송 중 “더 달려달라”는 쿠팡 측의 독촉에 “개처럼 뛰고 있다”는 답문자를 보낸 쿠팡CLS 택배기사 정슬기씨의 사망에도 사람들은 역시 분노했다.

하지만 ‘야간노동을 규제해야 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최근 택배노동조합이 노동자 건강권을 위해 0시에서 오전 5시 사이의 새벽배송을 규제하는 방안을 제안하자 주요 경제지들이 일제히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소비자들의 편익과 권리, 자영업자의 생존권, 야간노동 제한으로 택배노동자들의 수입 감소 등을 둘러싸고 날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노동자가 죽더라도, 모두의 편리를 위해 누군가는 야간노동을 해야 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의 정당성은 ‘계약’에 있다. 노동자가 야간수당을 위해 선택한 것이 아니었냐고. 우리는 그 배송료를 지불한 것이므로, 늦은 밤 주문하고 이른 아침 물건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그러나 그것이 가능한 저임금 구조와 불안정 노동의 문제는 사회의 어두운 지하실에 봉인된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버렸다.

어슐러 K 르 귄은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라는 소설에서 절대적으로 모두가 행복한 마을 오멜라스의 비밀을 이야기한다. 마을의 지하실에는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는 어린아이가 갇혀 있다. 소년을 보고 온 사람들은 소년의 고통을 보고 분노하지만, 아무도 그 아이를 밖으로 꺼내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당장 그날 그 순간부터 지금껏 오멜라스 사람들이 누려왔던 모든 행복과 아름다움과 주말”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작가는 이 ‘공공연한 폭력’이 가능한 비밀을 냉정하게 알려준다. “그것이 바로 계약인 것이다. 계약은 엄격하며 절대적이다. 그 아이에게는 친절한 말 한마디조차 건네면 안 된다.”

장덕준과 정슬기의 죽음에 분노하지만, 아무도 그들이 갇혀 있었던 그 지하실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지금도 개처럼 뛰고 있고, 때로 가슴을 움켜쥐며 야간의 밥벌이를 ‘선택’한 것은 어찌 되었든 그들의 자유이고, 이건 우리 ‘모두’와 그들 사이의 계약이므로.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