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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손바닥 위의 트럼프

입력 2025.11.02 19:58

수정 2025.11.0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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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추한 곳에 귀한 분들이 오셨다. 보복을 주고받으며 세계 경제를 들었다 놨다 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해공항에서 만났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양국 간 무역 의제 일부에 합의했다. 미국은 중국에 부과했던 펜타닐 관세를 20%에서 10%로 인하했고, 첨단기술 수출통제 대상(엔티티 리스트)을 자회사로 확대하는 조치를 1년 유예하기로 했다. 이에 중국은 지난 10월 발표했던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 조치를 1년 미루고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트럼프는 미국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대단한 성공”이며 “10점 만점에 12점”이라고 말했다. 미·중이 무역전쟁 확전을 자제한 것은 물론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애초 미국이 먼저 고율 관세로 중국을 공격해 희토류 수출통제라는 반격을 당했고, 결국 관세와 엔티티 리스트 조치를 일부 철회해 수출통제 유예를 끌어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이 얻은 소득은 사실상 거의 없다. 칼을 뽑았다가 되레 철퇴를 맞아 무도 썰어보지 못한 격이다.

미국이 중국과 일련의 협상을 통해 상황을 무역전쟁 이전으로 되돌리는 데 그쳤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현재 미국은 무역전쟁을 시작하기 전보다 더 취약한 입지에 놓였다. 미국이 희토류 없이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을 중국이 확실히 알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이 아니어도 대두를 수입하거나 상품을 수출할 곳이 있지만 미국은 중국산 희토류가 아니면 대안이 별로 없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 물량의 61%, 정제 희토류 생산량의 92%를 통제한다. 반면 미국은 희토류를 광석에서 추출한 후 개별 원소로 분리하는 기술이 없다. 중국산 희토류가 없으면 미국은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TV뿐만 아니라 전투기, 잠수함, 위성, 미사일을 만들 수 없다. 미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이 2020~2023년 수입한 희토류의 70%가 중국산이었다. 중국은 향후 트럼프 정부와 갈등이 재발할 때 또다시 희토류라는 무기를 휘둘러 트럼프에게 항복 선언을 받아낼 공산이 크다.

트럼프 정부가 엔티티 리스트를 협상 테이블에 올린 것도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엔티티 리스트는 국가 안보에 위협을 제기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일종의 블랙리스트다. 트럼프 정부는 불과 한 달 전 ‘엔티티 리스트 기업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에도 기술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를 뒤집어 해당 조치를 1년 연기하겠다는 카드를 중국에 제시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수출통제 업무를 맡았던 한 인사는 “미 정부는 수십년간 중국에 ‘엔티티 리스트는 국가 안보 사안이라 무역 협상에서 논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트럼프가 이 기조를 폐기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국가 안보를 거래할 수 있는 대상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이다.

반면 시진핑은 목소리 한 번 크게 내지 않고 실속을 챙겼다. 그는 어차피 어디선가는 사야 하는 대두를 미국에서 수입하겠다고 약속했고 트럼프가 아니었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를 거둬들였다. 특히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 유예 기간을 1년으로 하고, 또 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에 대해 신의 한 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대미 협상 지렛대를 유지하면서도 미국에 희토류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리라는 안도감을 줬다.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독점 체제를 깨겠다고 당장 전력투구하지는 않을 것이고 이는 당분간 중국의 우위를 보장해줄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서방이 희토류 추출·분리 역량을 키우기 위해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였던 맨해튼 프로젝트급의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며, 그렇게 해도 결과를 내기까지 5~7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임기 내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장단을 맞춰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BNP파리바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중국이 미국의 동등한 경쟁자가 됐다”며 “중국이 세계 경제의 초강대국 지위로 부상했음을 보여줬다”고 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1차 미·중 무역전쟁을 일으켰을 때만 해도 중국은 불시에 기습당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트럼프에게 맞설 준비가 돼 있고 정치적, 경제적 체급도 과거와 다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이 아닌 트럼프가 “12점”을 가져가는 게 온당한지 모르겠다. 적어도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희진 국제부장

최희진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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