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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대, 그 ‘마주침’의 미학

입력 2025.11.02 20:07

수정 2025.11.0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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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올해에는 노벨 생리의학상에 이어 화학상까지 일본 교토대 출신자들이 수상했다. 지금까지 총 1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오래전부터 노벨상의 산실로 불렸던 교토대이지만, 한 해에 ‘2관왕’을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이 대학에서 학부 과정부터 박사학위 취득 때까지 공부했던 필자가 보건대, 교토대의 노벨상 경쟁력은 바로 이 대학 내에 작동하는 ‘다양성(차이들의 공존)’과 그 다양성을 존중하는 ‘톨레랑스’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또 그 도시 고유의 DNA를 받아 아주 높은 수준으로 제도화된 것에 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주특기 연구 분야인 화학, 물리학, 의학 등 기초과학 부문뿐만 아니라 문학, 경제학, 법학 등 인문사회과학 부문 등 거의 모든 학문 영역에서 이 대학에는 이론적 주류와 비주류, 그리고 이념적 우파와 좌파가 공존한다. 대학은 하나의 독점적인 주류 이론으로 모든 연구자들을 줄 세우지 않고, 일본의 중앙과 집권 정당이 지향하는 이념으로 학생들과 연구자들을 몰아세우지 않는다. 즉 ‘차이들’이 늘 마주칠 수 있도록 한다.

예컨대 이번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사카구치 시몬 교수는 그야말로 ‘비주류’ 면역학의 선봉에 서 있던 사람이고, 200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마스카와 도시히데 교수는 일본공산당 당원이자 조교 시절 교토대 조교노조 서기장을 지낸 급진적인 사람이다.

주류 이론과 비주류 이론이, 그리고 우파적 성향의 연구와 좌파적 성향의 연구가 대학 내에 공존하면서 서로 대립·경쟁해 학파가 형성되고 재생산되는 프로세스가 교토대에선 치열하게, 질서 있게, 나아가 ‘민주적으로’ 이루어진다. 그 과정을 거쳐 주류·비주류 혹은 좌파·우파 연구 모두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될 수 있었다. 교토대는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이 같은 선순환을 전략화해왔다. 다양한 차이들은 그 마주침을 통해 미학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 대학을 둘러싼 도시 교토의 역사를 통해서 말이다.

주지하다시피 교토는 중세 때부터 최고의 도시 문명은 폐쇄적 혹은 전체주의적 순혈주의가 아닌 ‘차이들의 공존’에 의해 담보되는 것이라는 문제 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던 도시였다. 그래서 사람들을 하나의 통일된 기술, 매뉴얼, 사상, 정치적인 입장으로 수렴시키려 하지 않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인지 일본공산당이 가장 강세를 보이는 도시이자 그 자유로운 도시 풍토에 이끌려 일본 각지의 연구자와 기술자들이 몰려드는 도시이기도 하다.

그래서 교토대는 주류 이론이나 주류적인 이념에 경도된 연구자만을 교수로 임명하고 또 이 이론과 이념만을 절대적인 표준으로 여기며 글로벌 신자유주의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대학들과는 전혀 달랐다. 물론 2000년대 이후에는 과거 수준만큼은 아니지만, 교토대는 지금까지 이론적·이념적 차이들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톨레랑스를 매우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차이들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의 미학, 즉 학내 연구 민주주의에 스며든 교토대의 ‘마주침의 미학’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로 귀결되고 있음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 울림은 비단 대학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 우리 운동조직들, 그리고 우리 기업에도 매우 크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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