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탁 음악작가
‘어떻게 새 음악을 찾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매일 최소 10만곡이 업로드되는 세상이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저 인간은 어떻게 보석을 발견할까 궁금할 수 있다. 내 대답은, 음악 관련 콘텐츠를 부지런히 직접 찾아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스트리밍 큐레이션을 사용하지 않는다. ‘취향이라는 감옥’에 갇히길 원치 않아서다. 물론 과거에도 큐레이션 비슷한 게 있었다. 나는 잡지 리뷰를 보고 앨범을 구입하거나 친구 추천을 믿고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어디까지나 주체는 ‘나’였다. 이렇게 느낄 수 있었던 바탕을 곱씹는다. 실패할 경우까지 내가 책임져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개 나는 성공했지만 가끔 망했다. 명반이라고 칭송받은 음반이 별로인가 하면 보통이겠지 싶던 앨범에 꽂히기도 했다. 음악평론가의 글과 잡지를 바탕으로 리스트를 뽑고, 알바비를 아껴서 앨범을 샀다. 대박도 있고, 중박도 있었다. 가끔은 쪽박이 출현해 억장을 무너뜨렸다.
이게 핵심이다. 갈수록 정교해지는 큐레이션에는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할 실패에 대한 계산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어디 큐레이션뿐일까. 볼 영화를 결정할 때도 우리는 현실 아닌 소셜미디어 친구에게 ‘볼까요?’를 먼저 묻는다. 음식을 배달시키거나 맛집을 찾을 때도 나침반이 되어줄 존재는 오직 하나, 타인의 평점뿐이다. 이해할 수 있는 현실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포함한 영상이든 음악이든 배달이든 우리에겐 선택지가 너무 많다. 사실상 무한대다. 이것은 뒤집어 말하면 선택 불능을 뜻한다. 모든 정보가 깨알같이 표시된 지도 같다. 필요 이상의 정보로 인해 도리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진격의 거인이라도 된 것처럼 취향의 벽을 부수고 나갈 때 진정한 놀라움은 다가올 수 있다. 우리는 너무 로그인된 인생을 산다. 그래서 제언한다. 가끔은 로그아웃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