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과거 사기 범행이 회자된다.” “그 영화는 명작이라고 회자된다.”
‘회자(膾炙)’는 본래 ‘회와 구운 고기’라는 뜻이다. 회라 하면 흔히 생선회를 떠올리지만 여기서의 회는 날고기, 즉 육회를 가리킨다. 육회는 신선한 고기를 써야 하기에 귀했고, 구운 고기 또한 외식의 단골 메뉴일 만큼 많은 이들이 즐기는 음식이다. 그래서 ‘회자되다’는 사람들이 고기 음식을 즐기듯 어떤 대상에 대해 칭찬하고 좋아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명작은 회자해도 되지만, 사기 범죄가 회자되면 당혹스러운 이유이다.
회자와 비슷한 표현으로 ‘입소문이 나다’가 있다. 입에서 입으로 좋은 평가가 퍼져나간다는 뜻이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방식 중 하나인 ‘바이럴 마케팅’이 바로 입소문 전략이다. 지금은 ‘입’보다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이 더 바쁘지만 ‘이거 좋다’고 이곳저곳에 알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반대로 흉이나 나쁜 소문이 도는 것을 ‘구설에 오르다’라고 한다. ‘구설’은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을 뜻한다. 흔히 ‘구설수에 오르다’라고도 하는데, 여기서 ‘수’는 ‘운수’이므로 ‘구설수’는 곧 ‘구설에 오를 운수’를 뜻한다. 그래서 ‘구설수가 있다’나 ‘구설수가 생겼다’는 표현이 자연스럽다. 한자어 대신 쉽게 쓸 수 있는 말로는 ‘입방아’가 있다. ‘어떤 사실을 화제로 삼아 이러쿵저러쿵 쓸데없이 입을 놀리는 일’을 뜻하며, ‘입방아에 오르내리다’ ‘입방아를 찧다’라고 표현한다. ‘곡식 따위를 찧거나 빻는 기구’인 방아가 입속에 있다니, 참 재밌다. 입방아에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함께 오르내리는데 그런 입방아를 찧으면 나오는 떡이 ‘쑥떡쑥떡’이란다. ‘쑥떡’은 맛있지만 ‘쑥떡쑥떡’은 표준어가 아니다.
또 ‘이러쿵저러쿵 남의 흉을 보는 입의 놀림’을 뜻하는 ‘입길’이라는 말도 있다. 칭찬이든 비난이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니 ‘입’자가 들어간 말이 유난히 많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는 것은 그만큼 주목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왕이면 ‘쑥덕쑥덕’ 입방아나 ‘입길’에 오르기보다 ‘회자되고 입소문이 나는’ 쪽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