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에 “영적 힘···” 소명
교육청, 황당 해명에도 등록 승인
물의 교사 근무에 ‘취소심의’ 하자
“기관 전 일” 만장일치 취소 안 해
개신교 종교 대안교육시설에 관대
이주민 등 다문화학생 시설엔 엄격
“재정 지원받는 시설, 관리 강화를”
일러스트 김상민 화백
아동복지법을 위반해 징역형을 선고받거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운영자가 있는 대안교육기관에 대해서도 시도교육청이 등록을 승인한 사실이 확인됐다. 교육당국은 대안교육기관을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기 위해 등록제를 도입하고 예산까지 지원하고 있는데, 운영 실태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17개 시도교육청이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2022~2024년 대안교육기관 등록운영위 회의록과 등록신청서를 보면, 교육청이 심의 과정에서 문제 소지가 있는 대안교육기관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사실이 포착됐다.
앞서 시도교육청은 2022년부터 대안교육기관법에 따라 ‘미등록 대안교육시설’을 ‘등록 대안교육기관’으로 양성화하기 시작했다. 설립인가를 받아 학력 인정이 되는 대안학교와 달리, ‘대안교육시설’은 사실상 기준 없이 운영되고 있었다. 공교육 밖에서 다양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장소지만, 교육당국의 관리에서 벗어나 있기에 학령기 학생이 적절한 보호와 교육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교육청은 2022년부터 매해 1~2회 미등록 대안교육시설의 등록 신청을 받았다. 올해 4월 기준 등록 대안교육기관은 전국에 264개까지 늘어났다.
교육청 운영위 심의에서는 주로 시설이나 소유 구조 등 운영 형태를 점검했다. 전남에 있는 A시설은 운영자의 자녀 아파트를 학생 기숙사로 이용하면서 월세를 지급한 것이 편법적 가족 경영 형태로 지적받으면서 등록 신청이 불허됐다. 이밖에도 교육청은 급식실 시설 미비, 유흥주점과 같은 건물 공유 문제가 있는 시설의 등록은 승인하지 않았다.
경향신문
하지만 등록 심의 과정에서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거나, 잘못된 지식 교육 등으로 논란이 된 기관들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있었다. 2023년 7월 대구시교육청의 등록운영위에서 B기관의 등록을 놓고 “지구평평설, 대선조작 등 비과학적인 내용을 가르쳤으며 이사장 성추행 의혹 등이 있다”는 반대 의견이 나왔다.
이에 B기관 관계자는 “성추행은 사실이 아니”라며 “교회 다녀보신 분들은 이해가 빠르겠지만 교회 안수사역 중에 영적인 힘에 의해 몸이 떨리고 의도치 않게 손이 가슴 쪽으로 향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창조과학·부정선거 등을 가르쳤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설로 학생의 사고의 폭을 넓히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여러 의견을 소개한 것이며 판단은 개인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었음에도 대구시교육청은 B기관의 소명을 받아들여 등록을 받아줬다.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받은 교사가 있음에도 등록이 심의의원 만장일치로 유지된 곳도 있었다. 부산의 C기관은 교사 2명이 아동복지법을 위반해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교육청은 C기관의 등록 취소를 검토하는 심의에서 “해당 교원은 퇴직처리했고 등록 이전에 벌어진 일”이고 “별다른 증거 없이 피해자 진술만이 유일한 증거로 재판이 진행됐다”고 결론내렸다. 심지어 “정말 문제가 됐다면 C기관은 청소년들이 대부분 이탈했어야 하는데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등록을 신청한 대안교육시설의 70~80%를 개신교 단체에서 운영하는 지역이 많았다. 종교적 가치를 내세워 왜곡된 지식을 가르칠 우려가 심의위원들 사이 제기된 곳조차도 제재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충북의 D기관은 영성수련회, 고난주간, 성경연극대회, 단기선교, 예수동행일기, 기도훈련 등이 정규 수업과정에 담겼다. 경기 지역 E기관은 검정교과서 내용을 창조론 기반으로 수정해 가르친다는 의심을 샀다. E기관은 “최우선 교육목표는 결국 예배자를 세우는 것”이라며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셨음을 믿는 창조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검정교과서의 학습내용을 충실히 가르치되, 왜곡된 부분들은 기독교 세계관으로 회복시켜야 함을 알려주고 비교·분석해 가르친다”고 밝혔다. 통일부 지원을 받는 충남 지역의 F기관은 종교와 관련된 커리큘럼을 받아들여야 입학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안내한다.
교육청의 심의위원들은 개신교 계열 대안교육시설의 종교 중심 운영에 우려를 표했으나, 심의 결과 “등록 신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결론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심의위원들은 종교 관련 수업이 30% 안팎인 시설 등을 염려했다. 충북의 한 심의위원은 “조금 과장해 보면 학생들 개인의 인권침해라고 본다”는 의견을 냈다. 전남의 한 위원은 회의 과정에서 “교육보다는 종교적인 목적이 너무나 명백해서 사회통념에 위배되지 않나”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청 측 담당자는 “기독교학교는 대부분 그렇기에 말씀하신 문제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반사회적 종교단체인지 판단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교육청에 보내기도 했다.
종교단체의 기관 등록에 관대했던 것과 달리 국제학교의 대안처럼 홍보하는 곳, 영어중심 수업을 하거나 미국대학 진학 비율이 높은 시설은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걸러졌다. 경기도교육청은 2022년 영어유치원을 운영하는 G학원이 낸 대안교육기관 등록 신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반면 중도입국 이주민 자녀, 고려인 등 이주배경 학생들이 많아 외국어를 써야할 필요가 있는 시설의 등록이 거부되기도 했다. 러시아어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지는 인천의 개신교 기반 H시설이 대표 사례다. 인천시교육청의 한 심사위원은 2022년 심의에서 “대안교육기관법에 ‘국민의 교육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문구가 있는데 외국인 국적의 학생이 다수인 다문화 학생중심 미등록 시설의 심의를 해야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H시설은 교원 자격 서류 미비 등도 지적받았다.
대안교육기관법 개정에 따라 올해 7월부터 등록 대안교육기관에 운영 경비 등 교육청의 재정지원이 가능해지면서 관리감독이 엄격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조례에 근거해 연간 30억원 가량을 등록 대안교육기관에 지원 중이다. 대안교육기관의 부실 운영 사례가 반복해 드러나면 학교밖 청소년 지원 등 필요성이 인정되는 대안교육기관의 운영조차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강 의원은 “법 취지에 맞지 않는 대안교육기관이 지도점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면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며 “교육당국이 대안교육 실태 파악에 나서고 필요한 경우 즉각 행정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