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 프랑켄 벨기에 국방장관. AFP연합뉴스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벨기에 공군기지 상공에 이틀 연속 정체불명의 무인기(드론)가 출현했다. 벨기에는 이를 “기지를 겨냥한 명백한 공격”으로 규정했다. 최근 러시아가 핵무기와 드론 전력을 잇달아 과시하며 유럽 전역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핵 억제 체계도 압박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오 프랑켄 벨기에 국방장관은 2일(현지시간) 엑스에 전날 자국 북동부 클라이네 브로겔 공군기지 상공에서 드론 3대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그는 “대형 드론이 높은 고도로 비행했으며 드론 무력화 장비를 사용했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했다. 헬리콥터와 경찰 차량이 추격에 나섰지만 몇㎞ 뒤 추적을 놓쳤다고 덧붙였다. 프랑켄 장관은 드론을 탐지·추적해 무력화하는 대응 체계의 추가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프랑켄 장관은 벨기에 공영방송 RTBF 인터뷰에서 이번 드론 침입 사건에 러시아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는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이런 활동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번이 러시아의 소행인지 단정할 수는 없으나 동기와 방식은 매우 익숙하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러시아 드론이 폴란드 영공을 침범한 데 이어 루마니아·프랑스·독일·덴마크 등 유럽 각국에서도 정체불명의 드론이 잇따라 포착됐다. 러시아 드론으로 확인됐거나 러시아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최근 몇 주간 벨기에 다른 군사시설 상공에서도 드론이 포착했다. 지난달 초 독일 국경 인근 엘센본 기지, 지난달 말에는 마르슈앙파멘 군사시설 주변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보고됐다. 그러나 클라이네 브로겔 기지는 전략적 의미가 특히 크다. 이 기지는 벨기에 내 최대 규모의 병력이 주둔하며 F-16 전투기 등을 운용한다.
뉴스위크는 해당 기지가 미국의 전술핵무기 B-61이 배치된 유럽 내 몇 안 되는 시설 중 하나이며 해당 핵무기 10~15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날 보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대 44기가 배치돼 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 기지는 지난달 나토의 연례 핵 훈련 ‘스테드패스트 눈’ 훈련 장소 중 하나이기도 했다.
나토는 현재 독일·벨기에·네덜란드·이탈리아·튀르키예 등 5개 회원국에 약 150~200기의 B-61 계열 전술핵폭탄을 배치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핵전력을 노골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지난 1일 러시아 국방부는 핵 추진 수중 드론 ‘포세이돈’을 탑재할 수 있는 핵잠수함 하바롭스크를 진수했다고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포세이돈 실험 성공을 직접 언급하며 “이 장비를 요격할 수 있는 무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튿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핵무기 실험 재개 방침을 밝히자 러시아는 “누구든 핵실험을 감행하면 러시아도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토와 유럽연합 본부가 있는 벨기에는 최근 러시아와 공개적으로 말 폭탄을 주고받았다. 프랑켄 장관은 지난달 27일 현지 언론에 “러시아가 브뤼셀을 공격한다면 나토는 모스크바를 지도에서 지워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포세이돈을 벨기에에 시험 발사하면 벨기에는 사라질 것”이라고 맞받았다.
러시아의 핵 위협에 트럼프 대통령이 핵실험으로 맞대응하고 전술핵무기가 배치된 나토 기지에 대한 드론 위협 등이 이어지면서 긴장은 계속 고조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의 핵실험 등을 직접 언급하며 핵실험 재개 의사를 재확인했다.

